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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돈이 있는 곳에 인재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KBO리그 외국인선수들의 수준이 부쩍 올라간 것도 구단들이 외국인선수 영입비용을 꾸준히 높여왔기 때문이다. 외국인선수 제도 초창기에는 한 두 명 밖에 없었던 빅리그 경험자의 비중이 이제는 절반을 훌쩍 넘어간다. 메이저리그(ML)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 선수가 1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 땅을 밟았다. ML 구단도 KBO리그 구단들의 움직임을 포착해 쏠쏠하게 이적료를 챙겨왔다.
그러자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이 브레이크를 걸었다. KBO는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새 외국인선수 계약시 연봉상한선 100만 달러를 설정했다. 이제부터 모든 구단은 새 외국인선수에게 연봉과 계약금, 이적료 포함 총액 1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이면계약 없이 100만 달러 상한선이 철저하게 지켜진다면 앞으로는 ML에서 한국으로 직행하는 선수를 보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LG 타일러 윌슨과 아도니스 가르시아, 롯데 펠릭스 듀브론트처럼 빅리거가 바로 한국으로 진로를 바꾸는 경우는 드물 것으로 보인다.
물론 높은 몸값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ML 경력이 KBO리그 활약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수차례 증명됐다. 올시즌만 봐도 그렇다. 윌슨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으나 가르시아는 시즌 내내 부상으로 35경기 출장에 그쳤고 듀브론트는 부진 끝에 퇴출됐다. ML 시절 FA 계약까지 체결했던 제임스 로니를 비롯해 루크 스캇, 알렉시 오간도, 로건 베렛 등 KBO리그 진출 전 ML에서 뛰었던 선수 모두가 기대치를 충족시킨 것은 아니었다.
반면 적은 몸값에도 반전을 일으키며 한국에서 인생역전을 이룬 선수들도 있다. KBO리그 역대 최고 외국인타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타이론 우즈는 빅리그 근처에도 못가봤지만 KBO리그 진출 첫 해부터 MVP로 선정됐다. 한국에서 5년을 뛴 우즈는 일본무대도 정복했고 1000만 달러 이상을 손에 쥐고 은퇴했다. 1998년 두산 유니폼을 입었을 당시 우즈의 연봉은 30만 달러가 되지 않았다. 한국에서 실패할 경우 미국으로 돌아가 야구를 포기하고 소방관을 할 계획이었던 그가 태평양을 건너 반전 스토리를 쓴 것이다. 10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뛰었던 앤디 밴헤켄 역시 처음에는 기대가 크지 않았다. 구속이 시속 140㎞를 밑돌아 스프링캠프부터 퇴출 1순위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밴헤켄은 2012시즌부터 2017시즌까지 넥센에서 뛰며 넥센 구단 역사상 최고의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야구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겨울에 독립리그 출장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가 한국 땅을 밟고 나서는 100만 달러에 가까운 연봉계약까지 체결하며 커리어를 연장했다. 올시즌 밴헤켄은 대만에서 뛰며 프로선수로서 21번째 시즌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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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외에 LG 선발투수였던 벤자민 주키치, 올해 한화의 암흑기 청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제라드 호잉과 키버스 샘슨도 입단 당시 적은 몸값과 낮은 평가를 뒤집은 외국인선수들이다. 셋 다 빅리그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고 기량도 완성형과는 거리가 있었으나 각자 가진 특성이 고스란히 한국무대에서 반전요소로 작용하며 효자 외국인선수 반열에 올랐다. 주키치는 구속은 느리지만 특이한 투구폼과 컷패스트볼의 무브먼트로 한국 타자들을 압도했고 빅리그에서 백업 외야수에 그쳤던 호잉은 빅리그 투수보다 느린 한국 투수들의 공을 마주하며 장타자로 거듭났다. 제구력이 약점인 것으로 알려졌던 샘슨도 한화 유니폼을 입고 약점을 극복하며 올시즌 탈삼진왕을 바라보고 있다. 넥센 제이크 브리검 또한 지난해 대체 외국인선수로 입단 당시 스쳐지나가는 외국인선수가 될 것 같았으나 올시즌 선발진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했다.
100만 달러 상한선으로 인해 앞으로 각 팀의 전락 또한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이름값보다는 미국에서 저평가를 받더라도 확실한 특성을 지닌 선수들에게 외국인 스카우트들의 레이더가 향할 전망이다. 재계약시에는 연봉 상한선이 적용되지 않은 만큼 외국인선수들의 코리안드림 역시 현재진행형으로 볼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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