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조수행, 기회만 노렸다
두산 조수행이 4일 잠실 KIA전 2-0으로 앞선 4회 허경민 타석에서 2루 도루를 시도하고 있다. 잠실 | 배우근기자 kenny@sportsseoul.com

[수원=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녹색 그라운드 안은 그대로였다. 지난달 16일 이후 19일 만에 리그가 재개돼 타자들의 실전감각이 무뎌보이는 것 외에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평온한 풍경이었다. 폭염이 물러가고 완연한 가을 날씨가 KBO리그의 재개를 반기는 듯한 인상마저 풍겼다. 모처럼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의 표정도 아무일 없었다는 듯 일상적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풍경이 생경했다.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오면 축제분위기를 띄던 예년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 웃지 못한 태극전사들

수원 케이티 위즈파크를 포함한 5개구장에서 4일 KBO리그 5경기가 열렸다. 각 팀은 아시안게임 휴식기 동안 휴식과 퓨처스 서머리그, 자체 평가전 등을 통해 실전감각을 유지하려 애썼다. 태극마크를 달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떠났던 태극전사들도 소속팀에 복귀했다. 삼성 진갑용 배터리코치가 항공권을 구하지 못해 선수단 본진과 동행하지 못하고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해 경기가 열리는 마산구장으로 부랴부랴 합류한 해프닝을 제외하면 대체로 차분했다. KT 황재균은 “상대팀이 아닌 각자의 멘탈을 부여잡는데 더 신경썼던 대회”라며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냈다. 안방을 지킨 두산 양의지는 장염증세로 휴식을 취했고 일본과 결승전에서 혼신의 역투로 승리투수가 된 KIA 양현종도 팀 동료 임기영과 함께 광주에 남아 여독을 푸는데 집중했다. 분명 금의환향인데 여론의 싸늘한 시선 탓에 누구도 함박웃음을 짓지 못했다.

[포토] LG 오지환-김현수, 두산에 또 질 줄이야...
오지환과 김현수 등 LG 트윈스 선수들이 21일 잠실 두산전에서 10-17로 패한 뒤 씁쓸한 표정으로 홈팬들에게 인사하며 퇴장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 우울한 LG 오지환 비난에 김현수 부상

마녀사냥에 가까운 비난을 받고 있는 LG 오지환은 팀 동료들의 따뜻한 환대 속에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려 애썼다. 일찌감치 수원구장에 도착해 경쾌한 몸놀림으로 수비훈련을 한 뒤 정상적으로 타격훈련까지 소화했다. 간간히 미소를 지었지만 동료들과 수다를 떠는 등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LG 류중일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단도 오지환을 향한 비난을 모르지 않기 때문에 묵묵히 그를 지켜보기만 했다. 3회초 선두타자로 첫 타석에 들어서자 3루 더그아웃 위에 앉아있던 LG팬이 큰 환호와 휘파람, 박수 등을 보내며 오지환을 연호했다. 오지환이 선수생명을 걸고 태극마크에 도전한 것이 맹목적인 비난을 받을만 한 일인지를 묻는 듯 평소보다 환호 소리가 컸다. 오지환도 팬의 응원에 화답하듯 2-3으로 뒤진 9회초 2사 후 KT 마무리 김재윤을 상대로 동점 솔로 홈런을 때려내 관중석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정작 우울한 건 대표팀 주장을 맡아 마음고생을 많이 한 김현수였다. 김현수는 5회말 1사 1루에서 이진영의 타구를 잡다가 오른 발목을 접질려 트레이너들의 부축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교체 선수로 나선 서상우가 9회말 무사 1, 2루에서 이진영의 희생번트 타구를 1루에 악송구해 결승점을 내준 탓에 김현수의 공백이 더 크게 느껴졌다.

SK전 김하성, 홈런포 신고합니다![포토]
넥센 김하성이 4일 넥센히어로즈와 SK와이번스의 경기 6회초 1사후 채병용을 상대로 중월1점홈런을 터트린후 홈인 축하를 받고 있다. 문학 | 강영조기자kanjo@sportsseoul.com

◇썰렁한 관중석 싸늘한 팬 시선 대변

LG를 제외한 나머지 9개 구단은 평소와 다름없이 경기를 준비하고 치렀다. 각 팀 사령탑도 비난 여론을 의식한듯 아시안게임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신 그라운드 바깥 풍경은 휴식기 이전과 차이가 났다. 수원에는 양팀 더그아웃 위에만 관중이 더러 있을 뿐 외야는 빈 자리가 아주 많았다. ‘전국구 구단’ KIA가 상경한 잠실도 1만 5000여 관중이 들어오는데 그쳤다. 올시즌 가장 뜨거운 열기를 자랑하던 대전도 빈 자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일부 구단 관계자들은 “매치업상 많은 관중이 들어차기 어려웠다”고 애써 위안을 삼았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직후 각 구장이 인산인해를 이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채로운 풍경이다. 그만큼 한국 야구에 반성을 요구하는 팬심이 생각보다 거세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각 구단 관계자들은 “평일 야간 경기라 평소와 비슷하거나 조금 적은 수준”이라고 자위하며 팬심 회복을 기대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