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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장강훈기자] 말 많고 탈 많던 한국 야구와 축구가 해피엔딩으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마쳤다. 금메달이 당연하다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악전고투 끝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한국 야구는 2010년 광저우 대회 이후 3연패, 축구는 2014년 인천대회에 이은 2연패다. 선수 선발과정부터 예선전 치욕적인 패배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끝끝내 금빛 메달을 목에 걸자 환호로 뒤덮였다. 그러나 금메달의 환희에 젖어 이미 지속적인 경고 사인으로 황색등이 켜진 ‘회색 코뿔소’(Grey rhino) 상황을 또다시 흘려보내는 누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회색 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 시그널이 나와 거품이 가라앉을 것을 예측할 수 있지만 여러 이유로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일컫는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코뿔소를 보고도 이를 즉각적인 위험으로 인지하지 않는 것에 빗댄 것으로 경제 분야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한국 야구와 축구 모두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올림픽을 기점으로 곳곳에서 위기가 감지됐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나 2018 러시아월드컵 등 실패한 대회도 있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처럼 성과를 낸 대회가 있어 위기를 외면해온 게 사실이다. 승리에 도취해 현실을 외면하는 우를 수 년간 범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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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국 중 유일하게 전원 프로선수로 대표팀을 꾸린데다 리그까지 중단하는 ‘올인’ 전략으로 나선 한국 야구는 실업과 일부 프로선수로 구성된 대만과 첫 경기에서 패했다. 한국의 실업팀 개념인 사회인야구선수로 꾸린 일본에는 2전승을 거뒀지만 압도적인 승리로 보기 어렵다. 한국야구는 지난 2006년 WBC에서 미국을 꺾은 뒤 ‘세계 수준으로 올라섰다’며 호들갑 떨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드러난 실력은 일본 사회인야구 수준을 조금 상회하는 정도다. 대만에 설욕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으니 찜찜한 금메달이다. 이미 한국 야구는 최정예로 나선 2013, 2017 WBC 2라운드 진출 실패와 23세 이하로 구성한 2017 아시아챔피언십시리즈 준우승 등의 과정을 거치며 성장세에 황색등이 켜진 상태다. 호기롭게 빅리그 진출을 선언한 KBO리그 스타들이 1, 2년 만에 쫓겨나듯 돌아온 것도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 쾌거를 일군 축구 대표팀은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탈(脫) 아시아 전력이라는 자찬이 쏟아졌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무승(1무 2패),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준결승 진출 실패, 2018년 러시아 월드컵 16강 탈락 등은 이른바 ‘2002년 한·일 월드컵 황금세대’ 이후 한국 축구를 이끌어갈 기수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아시안게임에서 23세 이하 선수들에 손흥민(토트넘), 황의조(감바 오사카·이상 26), 조현우(27·대구 FC) 등 와일드카드 세 명을 모두 소집하고도 21세 이하로 팀을 꾸린 일본에 연장 혈투 끝에 2-1로 신승한 장면은 금메달 환희에 가려진 서글픈 민낯이다. 조벌리그에서는 말레이시아에게 일격을 당하기도 했다. 이른바 빅리그로 불리는 잉글랜드, 이탈리아와 독일, 스페인 프로축구 1부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이유도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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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를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시간을 단축하고 해외로 진출해 더 많은 연봉을 받아내기 위한 쇼케이스’로 바라보는 시선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특히 야구와 축구에서 몇몇 선수들의 병역특례 논란이 불거진 것도 그래서다. 일부 선수들이 큰 돈을 벌 수 있는 중국 진출을 위해 태극마크를 스스로 반납하는 볼썽사나운 행태를 공공연하게 벌였던 배드민턴은 40년 만의 노메달 수모를 안았다.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토대를 단단히 다져야 할 때다. 그것이 아시안게임이 주는 최대의 교훈이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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