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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암호화폐를 재산으로 보는 대법원 판결이 처음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법적으로 재화인지 화폐인지 여부가 명확치 않던 암호화폐를 재산으로 규정하면서 향후 암호화폐의 법적, 제도적 정비가 속도를 내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
법적으로 재산이란 유형·무형의 개개의 재화, 채권, 저작권, 특허권 따위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암호화폐가 재산으로 규정됐다는 것은 곧 소유, 과세, 상속 등 재산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불법 음란물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상고심에서 물리적 실체가 없는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몰수한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이날 안 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과 함께 범죄수익으로 얻은 191개 비트코인을 몰수하고 6억9587만원을 추징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안씨는 2013년12월부터 지난해 초까지 3년여간 불법음란물 사이트인 ‘에이브이스눕 클럽(AVSNOOP.club)’을 운영하면서 사이트 사용료 등을 받아 19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지난해 5월 구속 기소됐다.
문제가 된 것은 당시 검찰이 안씨의 구속시점에 압수한 비트코인이었다. 안씨는 회원들로부터 사이트 이용료 명목으로 비트코인을 받았으며, 당시 시가 기준으로 이는 5억여원에 달했다. 검찰은 비트코인이 범죄행위와 관련한 물품인만큼 국고에 귀속하는 몰수 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1심은 “물리적 실체 없이 전자화한 파일 형태인 비트코인을 몰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검찰의 몰수 구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씨에게는 징역 1년6월과 추징금 3억4000만원만 선고됐다.
반면 2심은 “비트코인은 물리적 실체없이 전자화한 파일 형태이지만,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고 재화와 용역을 구매할 수 있어 수익에 해당한다”며 몰수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거래가 가능한 재산이라는 쪽에 손을 들어준 것.
이날 대법원은 압수한 비트코인 중 범죄수익으로 얻은 191개를 몰수하라고 확정판결해 다시 한번 암호화폐가 재화임을 분명히 했다. 30일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기준 비트코인 시세(832만5000원)를 대입하면 몰수된 비트코인은 원화 15억9007만5000원에 이른다. 지난 4월 구속당시와 비교하면 재산가치가 3배 불어났다.
한편 판결소식이 알려진 뒤 비트코인을 비롯해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소폭 반등했다. 전세계 수백개의 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법적 정체가 모호해 투자자 보호 또한 요원했던 암호화폐가 비로소 실물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실린 것으로 보인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전하진 자율규제 위원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애초부터 암호화폐는 크립토아셋(crypto asset·암호자산)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적합했다. 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자산을 그동안 (당국이) 애써 무시해왔는데 이번 법원 판결을 통해 자산으로 정의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존 자산의 개념을 확장시키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블록체인 산업은 기존에 자산으로 존재하던 것은 물론이고 자산으로 뚜렷이 정의되지 못했던 것을 암호화폐라는 개념을 통해 부지런히 대체해가고 있다.
전 위원장은 “앞으로는 헌혈증서라든지 부동산이 모두 토큰화돼 유통되는 과정을 겪을 거라고 본다. 그런 면에서 암호화폐가 양성화되는 분기점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gag1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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