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우
박용우가 지난달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리그 클래식 전남드래곤즈와 경기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2016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8강 주역인 ‘중원사령관’ 박용우(23·FC서울)가 내년 울산현대 유니폼을 입는다.

K리그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김도훈 신임 감독이 부임한 울산이 중원 강화를 고려하다가 박용우를 점찍고 협상에 나섰다. 최근 박용우와 연봉 및 세부협상을 마무리했고, 서울 구단과 이적 조항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견해를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으나 정식 발표만 남겨두고 있다.

울산은 올해까지 팀 중원을 이끈 일본인 미드필더 마스다와 하성민이 모두 팀을 떠났다. 마스다는 제주 입단을 사실상 확정한 가운데 중동 클럽들이 하이재킹을 노리고 있다. 하성민은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로 적을 옮긴다. 인천 시절에도 김도혁 등 2선 요원 중심으로 빠르고 역동적인 축구를 구사한 김 감독은 부임 이후 보강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포지션이 중앙 미드필더다.

키 186㎝ 몸무게 79㎏인 박용우는 낮은 위치에서 볼을 전개하는 능력은 물론 적재적소 공격에 가담해 제몫을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다. 경기 상황에 따라 중앙 수비까지 겸업할 정도로 멀티 능력을 자랑한다. 신체조건과 플레이스타일이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과 비슷하다고 해서 ‘제2의 기성용’으로 불렸다. 지난 8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올림픽에서도 조별리그 첫 상대인 ‘약체’ 피지전을 제외하고 독일, 멕시코전 에이어 온두라스와 8강전까지 3경기 모두 풀타임을 뛰었다. 당시 권창훈 류승우 문창진 등 개인 전술이 좋은 2선 요원이 공격적으로 나설 때 박용우는 듬직하게 후방을 지키면서 경기 조율을 책임졌다. 메이저대회를 경험한 뒤 한층 물이 오른 박용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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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리우올림픽 대표 시절 박용우. 제공 | 대한축구협회

하지만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서울에선 확실하게 주전으로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지난해 자유계약으로 서울에 입단한 그는 프로 데뷔 첫해 26경기를 뛰면서 가능성을 보였다. 특히 FA컵 결승전에서 아드리아노의 결승골을 돕는 활약으로 사상 첫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올해 역시 중용됐지만 황선홍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뒤엔 들쭉날쭉했다. 19경기(1골) 출전에 그쳤다. 투틉과 포백을 중심으로 4-4-2 포메이션을 추구한 황 감독 전술에서 박용우처럼 정통 스타일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애매한 존재였다. 시즌 막판 4-1-4-1, 4-2-3-1 등으로 몇차례 변화를 준 적이 있지만 오스마르, 다카하기, 주세종처럼 공격적인 패스에 능한 중원 자원을 더 선호했다.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차지한 서울은 내년 시즌을 앞두고 주요 포지션에 선수 보강을 할 예정이다. 박용우로서는 올림픽을 마친 뒤 한창 성장해야 하는 시기에 벤치에 머무는 것도 유익하지 않다. 때마침 K리그의 또다른 명가인 울산 러브콜은 박용우에게 프로 인생의 터닝포인트와 같았다. 정든 서울을 떠나야 하는 아쉬움 속에서도 중원의 주인을 기다리는 울산의 푸른 유니폼을 입고 반전을 노리게 됐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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