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누군가의 천부적인 재능을 마주하는 순간 인간은 경외심을 먼저 느낄까, 아니면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깨닫고 무너질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맨 끝줄 소년’은 천재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열등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스페인 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연극을 원작으로 하는 ‘맨 끝줄 소년’은 실패한 작가이자 국문학과 교수인 허문오(최민식 분)가 강의실 맨 끝줄에 앉은 소년 이강(최현욱 분)의 천재성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서스펜스 드라마다.

이야기는 20년째 슬럼프에 빠진 허문오의 시선에서 출발한다. 과거 동기였던 김수훈(허준호 분) 작가에게 모욕을 당한 이후 허문오는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간다. 겉으로 보기에는 명문대 국문과 교수이자 심리상담사인 아내 현숙(진경 분)과 함께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의 내면은 이미 오래전부터 열등감으로 잠식돼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허문오를 지탱하는 건 성공을 향한 열망이 아니라 ‘인정받지 못했다’는 열등감이다. 끊임없이 타인의 재능을 샘내고, 자신이 도달하지 못한 세계를 원망하며 동력을 얻는다. 담장 위에 열린 포도를 바라보며 애써 신포도라고 치부하는 이솝우화 속 여우처럼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욕망을 비틀린 방식으로 표출한다.

그런 허문오 앞에 어린 이강이 나타났다. 공대생인 이강은 허문오가 평생 갈망했지만 끝내 가지지 못한 ‘재능’을 가졌다. 이강은 친구 세윤(이진우 분)의 집에 들어가 가족을 관찰하고, 그들의 몰락 과정을 일기 형식의 소설로 써 내려간다.

허문오는 그 글 속에서 가능성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그의 관심은 단순한 스승의 애정이 아닌 욕망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움직이는 것은 이강의 재능이 아니라 허문오가 가진 인간적인 추함이다.

‘맨 끝줄 소년’의 가장 큰 힘은 바로 이 불편한 심리를 밀도 있게 쌓아 올린다는 점이다. 허문오가 가진 열등감은 단순한 콤플렉스가 아니다. 오랜 시간 굳어져 이젠 스스로도 벗어날 수 없는 감정의 늪이다. 허문오는 이강의 재능을 통해 뒤틀린 방식으로 김수훈 작가에게 자신을 증명하려 한다.

그 중심에는 최민식의 압도적인 연기가 있다. 최민식은 허문오라는 인물의 초라함과 추악함을 숨기지 않는다. 벌겋게 핏발 선 눈빛, 번들거리는 얼굴, 점차 무너지는 표정은 욕망에 잠식된 인간의 민낯 그 자체다. 이를 통해 최민식은 가장 불편하고 초라한 인간의 얼굴까지 끌어낸다.

그 맞은편에 선 최현욱의 이강은 속을 알 수 없는 얼굴, 무심한 듯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분위기로 인물의 미스터리를 만든다. 항상 어딘가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듯한 태도는 ‘맨 끝줄 소년’이라는 제목과도 맞닿아 있다.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매력적인 캐릭터다. 다만, 최민식이 가진 에너지가 워낙 강렬한 탓에 이강이 허문오를 흔드는 존재로서의 무게감이 다소 부족하다. 허문오가 이강에게 점점 휘둘리고 무너지는 과정에서 이강이 가진 위험성과 천재성이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면 더욱 팽팽한 심리전이 완성됐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온 몸으로 타고 들어오는 불편함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제목처럼 맨 끝줄에 앉아 모두를 관찰하는 이강의 시선은 관음에 가깝고, 타인의 삶을 소재로 삼는 방식 역시 비호감이다. 여기에 허문오가 드러내는 적나라한 욕망은 지나치게 현실적이라 껄끄럽게 다가오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맨 끝줄 소년’의 힘 역시 바로 그 불편함에서 나온다. 호감 가는 주인공을 대신해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열등감과 질투,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가장 날카로운 방식으로 끄집어낸다. 그리고 그 감정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 인간이 얼마나 추한 모습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맨 끝줄 소년’은 천재의 탄생보다 천재를 바라보는 인간의 질투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해 인간 본성의 가장 어두운 면을 집요하게 들여다본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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