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인생에 쓸모없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배우 옥진욱의 말처럼 그의 모든 경험은 결국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 속 ‘전기과 피카츄’ 조인범으로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옥진욱이 배우, 가수, 무대를 오가며 쌓아온 시간들이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스타가 된 소감이요?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크게 와닿지는 않아요. 체감은 못 하고 있지만 그냥 막연하게 좋아요. 제가 한 작품이 세계 1위라니요.(웃음)”
옥진욱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참교육’의 글로벌 흥행에 대한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특히 절친한 사이인 황윤성과 이찬원으로부터 “네가 드디어 됐구나. 장하다”라는 축하까지 받았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그도 그럴 것이 극 중 옥진욱이 연기한 조인범은 짧은 등장만으로도 강렬한 존재감을 남겼다. 껄렁한 교복 차림에 긴 장발, 팔을 뒤덮은 문신까지 첫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비주얼을 선보인 조인범은 위장 투입된 교권보호국 봉근대(표지훈 분)에게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는 불량학생으로 등장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오디션을 4번 이상 본 것 같아요. 사실 그 전에 1년 반 정도 작품이 없어서 쉬고 있었어요. 그래서 더 애절했고 간절했던 것 같아요. 사실 지금의 비주얼은 우연히 만들어진 부분도 있어요. 작품이 없어서 머리를 계속 기르고 있었거든요.”
우연처럼 찾아온 장발은 조인범이라는 캐릭터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여기에 ‘전기과 피카츄’라는 예상 밖의 별명까지 더해지며 캐릭터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극 중 숙명의 라이벌인 자동차과 박성환(유태주 분)이 조인범을 향해 외친 “어이, 전기과 피카츄!”라는 대사는 시청자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해당 아이디어는 실제 유태주의 제안이었다.
“태주 형이 아이디어가 정말 많아요. 형이 찾아봤는데 전기과를 ‘피카츄’라고 부른다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좋은 별명이 생겼죠. 저도 형 별명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결국 못 했어요. 형 입장에서는 별명만 얻어간 제가 조금 얄밉지 않았을까요?(웃음)”
비주얼뿐만 아니라 조인범을 완성한 또 하나의 요소는 문신이었다. 장발 스타일링에 거친 눈빛, 여기에 온몸을 감싼 듯한 문신 분장이 더해지며 MZ 조폭 캐릭터의 분위기를 완성했다.
“문신 분장이 정말 오래 걸렸어요. 분장팀분들이 정말 고생 많이 하셨어요. 그래도 ‘내가 이런 걸 언제 해보겠나’ 싶어서 너무 재밌었어요. 신기한 게 사람은 옷을 입는 것에 따라 달라지더라고요. 처음에는 주변에서 ‘어, 형 왔어요?’ 하다가 문신까지 하고 나면 걸음걸이도 점점 달라졌어요.(웃음)”
조인범의 거친 액션에는 옥진욱의 숨은 취미도 도움이 됐다. 2019년부터 꾸준히 해온 복싱이 캐릭터의 디테일을 더하는 요소가 됐다.
“액션팀에서도 제가 복싱을 할 줄 안다고 하니까 복싱 액션을 만들어주시려고 했어요. 촬영 쉬는 시간에 김무열 선배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복싱을 했다고 하니까 애드리브로 ‘복싱 했어?’라는 장면을 만들어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죠.”

흥미로운 점은 극 중 강렬한 불량학생을 연기한 옥진욱의 실제 학창시절은 정반대였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학창시절을 떠올리며 “되게 무난하게 컸다”고 웃음을 보였다.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할 정도로 공부에 열심이었던 모범생이었지만 고등학교 진학 후 점차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었고, 그때부터 막연하게 배우라는 꿈을 품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생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대학교 진학 후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하던 시절 주변에서 편입 열풍이 불었고 우연히 그 흐름에 올라타 서울예술대학교에 편입하게 됐다. 이후 JYP엔터테인먼트 오디션 기회를 얻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났지만 소속사가 배우 사업을 정리하면서 또 한 번 방향을 잃었다. 그때 찾아온 의외의 기회가 바로 ‘미스터트롯’이었다.
“엄마한테 전화해서 ‘내가 트로트를 어떻게 해?’라고 했더니 ‘해보지도 않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무서웠어요. 트로트를 하다가 연기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래도 ‘뭐라도 해야지’라는 마음으로 나갔고 감사하게 30위까지 올라갔어요. 이후 장윤정 선배와 ‘최애엔터테인먼트’에서 ‘다섯장’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에도 합류하게 됐고요.”

돌아보면 예상치 못한 선택들이 지금의 옥진욱을 만들었다. 배우, 가수, 뮤지컬 등 다양한 영역을 경험한 시간들은 결국 그만의 무기가 됐다.
“지금은 배우에 집중하고 있지만 한 장르에만 국한되고 싶지는 않아요. 배우를 하면서 OST도 많이 부르고 싶고, 작사도 하고 노래도 하고 뮤지컬도 해보고 싶어요. 요즘은 멀티의 시대잖아요. 만능 엔터테이너의 시대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해왔던 경험들이 다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역시 인생에 쓸모없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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