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인디신의 숨은 보석을 넘어 완벽한 ‘대중 픽’으로 우뚝 섰다. “내가 한로로를 키웠다”는 음악 팬들의 기분 좋은 유세가 여기저기서 들려올 만큼, 그는 이제 모두가 알아보는 대세 가수로 성장했다. 서정적인 록 사운드 위에 청춘의 짙은 고뇌를 흩뿌리는 ‘K팝 철학자’ 한로로가 ‘제35회 서울가요대상’ 무대를 온전히 자신의 색으로 물들였다.
한로로는 지난 20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제35회 서울가요대상’에서 ‘록/발라드’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며 묵직한 존재감을 입증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 대기실에서 만난 한로로는 “두 번째 시상식인데 공간이 달라 기분이 사뭇 다르다. 떨림보다는 설렘이 앞선다”며 “기분 좋게 출근해 다른 아티스트들을 축하할 수 있어 기쁘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날 한로로는 시상식의 포문을 여는 오프닝 무대의 중책을 맡았다. 화려한 특수효과 대신 오롯이 밴드 셋으로 막을 올린 것은 주최 측으로서도 과감한 정공법이었다. ‘영감과 울림’이라는 올해의 테마는 무대 정중앙에 선 한로로의 목소리를 타고 비로소 완성됐다. 그는 밴드 사운드와 함께 대표곡 ‘입춘’, ‘0+0’, ‘금붕어’를 열창하며 단숨에 관객을 압도했다.
오프닝 무대를 앞둔 심정에 대해 그는 “과거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 오프닝에 섰을 때와 느낌이 비슷하다. 이번 시상식의 개막이라는, 설레고 두근거리는 감정을 한 번에 끌어모아 줘야 하는 역할이라 큰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그 책임감만큼이나 무척 기쁘다”고 벅찬 소회를 전했다.

한로로의 음악은 시적이면서도 예리하다. 록의 형태를 띠면서도 결코 과격하지 않게 청춘의 정중앙을 관통한다. 길지 않은 연차임에도 남다른 깊이를 뿜어내는 비결은 끝없는 내면의 탐구에 있다.
“깊이라고 하니 부끄럽네요. 평소 ‘당장 왜 사는지’, ‘만약 죽고 싶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등 정답이 없는 철학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지곤 해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대화, 영화나 책 등 저를 둘러싼 모든 것이 제 영감의 원천이죠.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하다가, 결국엔 현실로 돌아와 연습하러 가요.(웃음)”

지난해 발매한 앨범 ‘자몽살구클럽’의 타이틀곡 ‘0+0’이 긴 생명력을 얻으며, 한로로는 ‘나만 아는 가수’의 껍질을 깨고 대중의 품으로 완전히 날아올랐다.
“시간이 갈수록 체감이 커져요. 차트 진입은 물론이고, 이렇게 메이저 시상식에도 오게 됐으니까요. 무엇보다 곳곳에서 제 노래가 들려올 때 기분이 정말 좋아요. 애초에 음악을 시작한 이유도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서였거든요. 앞으로 제 음악적 메시지를 더 부지런히 전해야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차분하고 깊게 자신만의 색을 펼쳐내는 한로로는 이 시대의 청춘 그 자체를 대변한다. 그는 방황하고 흔들리면서도 결국엔 내 마음대로 적어 내려갈 수 있는 ‘일기장’에 청춘을 빗댔다.
“예전에 청춘을 일기장이라고 표현했는데, 여전히 마음은 같아요. 4~5년이 지나고 나니 밑줄 긋게 되는 문장들이 많아졌어요. 예상치 못한 하루하루를 겪으면서, 지워버리는 문장도 생기고 다시 새롭게 쓰기도 하죠. 그렇게 내가 진정 쓰고 싶은 문장이 더 분명해지는 과정이, 곧 청춘과 닮아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유튜브 글로벌 아티스트 개발 프로그램 ‘2026 파운드리(Foundry)’의 한국 대표로 선정되며 글로벌 무대까지 시야를 넓힌 한로로. 늘 진정성 있는 음악으로 대중의 마음을 두드리는 그의 비행은 이제 막 궤도에 올랐다.
“아티스트로서는 좀 더 정교한 앨범을 내는 것, 그다음엔 더 큰 규모의 공연장에 서는 것이 당장의 큰 도전이에요. 인간 한로로의 목표는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단단해지는 거고요. 사소한 행복들을 놓치지 않으며, 지금처럼 차분한 한로로를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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