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설렘을 읽는 재미가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 공개된 채널A ‘하트시그널5’가 0%대 시청률에 머물며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 연애 리얼리티의 문법을 만들었던 ‘원조’ 브랜드였지만, 시즌5의 성적표는 기대와 거리가 있다.

‘하트시그널5’는 지난 16일 방송된 10회에서 입주자들의 닉네임 데이트와 엇갈린 문자 선택을 공개했다. 강유경이 김성민을 선택하고, 박우열이 0표를 받는 등 러브라인에는 변화가 생겼다.

최소윤과 김서원이 서로를 택하며 새로운 쌍방 시그널도 완성됐다. 프로그램 내부의 감정선만 놓고 보면 중반 이후 관계가 복잡해지는 구간에 들어섰다.

문제는 그 변화가 시청률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0회 전국 시청률은 0.5%에 그쳤고, 시즌 내내 0%대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트시그널’이라는 이름값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치다. 이전 시즌들이 방송 이후 출연자 화제성, 커플 추측, 온라인 반응을 동시에 끌고 갔던 것과 비교하면 체감 온도도 낮다.

‘하트시그널’은 연애 리얼리티 시장에서 상징적인 프로그램이었다. 일반인 출연자들이 한 공간에 머물며 감정을 쌓아가는 방식, 패널들이 작은 표정과 행동을 해석하는 구조, 마지막 문자 선택으로 긴장감을 만드는 장치는 이후 수많은 연프에 영향을 줬다. 시청자는 출연자들의 말보다 시선, 침묵, 동선, 선택을 읽으며 몰입했다. ‘시그널’이라는 제목 그대로, 작은 신호를 해석하는 재미가 핵심이었다.

하지만 그 문법은 이제 낯설지 않다. ‘나는 SOLO’는 결혼과 현실성을 앞세웠고, ‘환승연애’는 이별한 연인의 서사를 끌어들였다. ‘솔로지옥’은 비주얼과 경쟁 구도를 강화했고, 여러 숏폼 기반 연애 콘텐츠는 훨씬 빠른 속도로 감정을 소비하게 만들었다.

연애 리얼리티 시장이 커지는 동안, ‘하트시그널’만의 섬세함은 장점인 동시에 느리게 보일 수 있는 요소가 됐다.

물론 시즌5도 변화를 시도했다. 제작진은 새로운 세대의 솔직한 연애 방식을 강조했고, 출연자들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장치도 더했다. 그러나 ‘하트시그널’의 본래 매력은 알 듯 말 듯한 감정의 간격에 있었다.

마음을 너무 일찍 설명하면 추측의 재미가 줄고, 관계가 너무 빠르게 움직이면 감정이 쌓이는 시간이 부족해진다. 이번 시즌이 겪는 난점도 여기에 있다. 새로워지려 했지만, 브랜드가 오래 쌓아온 재미와 충돌한 부분이 생겼다.

시청률만으로 지금 연애 예능의 영향력을 모두 판단하기는 어렵다. 젊은 시청자는 본방송보다 클립, 커뮤니티, SNS 반응으로 프로그램을 접한다. ‘하트시그널5’ 역시 방송 장면 일부는 온라인에서 소비되고 있다. 다만 ‘하트시그널’은 원래 본방송의 추리 재미와 온라인 토론이 함께 움직였던 브랜드다. TV 시청률이 낮더라도 온라인 화제성이 압도적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지만, 이번 시즌은 그 균형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고 있다.

연애 리얼리티는 출연자의 감정을 빌려 시청자의 감정을 움직이는 장르다. 출연자가 흔들려도 시청자가 같이 흔들리지 않으면, 프로그램은 숫자로 멈춘다. ‘하트시그널5’의 0%대 시청률은 단순한 부진이 아니라 원조 연프가 맞닥뜨린 질문에 가깝다. 익숙한 설렘은 아직 유효한가. 느린 감정선은 여전히 경쟁력이 있는가. 그리고 ‘하트시그널’이라는 이름은 지금 세대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통할 수 있는가.

시즌5는 이제 후반부로 향하고 있다. 러브라인은 흔들리고 있고, 최종 선택을 향한 변수도 남아 있다. 그러나 진짜 반전은 커플 수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체감 온도에서 나와야 한다.

시청자가 다시 신호를 읽고 싶게 만들 수 있을 때, ‘하트시그널’의 이름값도 되살아날 수 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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