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컵은 어떻게 시작됐나
2016년 ‘한일전’이 남긴 유산
‘페르디도포머로이’가 열어젖힌 길
한국경마 국제화의 출발점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매년 9월 세계 각국의 경주마들이 렛츠런파크 서울에 모여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를 놓고 경쟁한다. 우승마에게는 브리더스컵 출전권이 주어지고, 해외 강자들의 원정도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러나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경마의 국제화는 이제 막 첫발을 뗀 도전이었다. ‘한국경마 타임캡슐’이 되돌아본 이번 장면은 2016년 6월 5일 렛츠런파크 서울 제8경주. 코리아컵 출범을 불과 석 달 앞두고 열린 SBS배 한일전(G3)이다.
당시 이 경주는 단순한 교류전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9월 출범을 앞둔 ‘코리아컵’, ‘코리아스프린트’의 성공 가능성을 점검하는 사실상의 리허설 무대였기 때문이다. 한국경마가 국제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지, 해외 강자들과 맞붙어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대였다.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스프린터들이 서울에 집결했다. 일본에서는 중앙경마와 지방경마를 두루 경험한 드레드노트를 비롯해 키몬아발론, 베스트위시가 원정길에 올랐다. 당시만 해도 일본 경마는 한국보다 한 단계 위 전력으로 평가받던 시기였다.
한국도 물러설 수 없었다. 부산일보배 우승마 ‘감동의바다’, 김영관 조교사의 ‘통일시대’, 두바이 원정 경험을 가진 ‘천구’, 그리고 훗날 한국경마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남게 될 ‘최강실러’까지 총출동했다.
그러나 이날 가장 강렬하게 빛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당시 3세 신예였던 ‘페르디도포머로이’다. 출발은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용근 기수와 호흡을 맞춘 ‘페르디도포머로이’는 빠르게 선두권에 안착했고, 거센 몸싸움이 이어진 단거리 승부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직선주로에 접어들자 ‘최강실러’가 무섭게 따라붙었고 ‘감동의바다’도 추격에 나섰다.
결국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것은 ‘페르디도포머로이’였다. 기록은 1분12초1. ‘최강실러’를 2위로 밀어냈다. 일본 원정마들은 모두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 경주마들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여준 완승이었다.
돌이켜보면 이 승리는 단순한 대상경주 우승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당시 한국경마는 국제무대에서 아직 검증받지 못한 신흥 세력이었다. 그러나 SBS배 한일전은 한국 경주마들이 해외 강자들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무대였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같은 해 9월 한국 고유의 국제경주 브랜드인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 출범으로 이어졌다.
10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코리아컵’은 인터내셔널 G2, ‘코리아스프린트’는 인터내셔널 G3 등급을 획득했다. 여기에 코리아컵 우승마는 브리더스컵 더트마일, 코리아스프린트 우승마는 브리더스컵 스프린트 출전권을 얻는 국제 챌린지 경주로 성장했다.
과거 해외 경주마를 초청해 실력을 시험하던 한국경마는 이제 세계 더트 경주의 중요한 관문을 운영하는 위치에 올라섰다.
2016년 6월 서울 8경주. 한 마리의 젊은 스프린터가 일본 강자들을 제치고 결승선을 통과했던 그 순간은 단순한 승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경마가 세계를 향해 출발한 신호탄이었고, 오늘날 코리아컵이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출발점이었다. 그리고 그날의 꿈은 다시 올가을,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이어진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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