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민 전 안양시의회 의원

불교에는 견지망월(見指忘月)이라는 말이 있다.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바라보다 정작 달은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본질은 외면한 채 지엽적인 것에 집착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하는 말이다. 요즘 대한민국 정치권을 바라보면 이 말이 떠오른다.

6·3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 정치권의 관심은 국민의 삶이 아니라 권력 재편에 쏠려 있는 모습이다. 선거 결과에 대한 성찰보다 누가 책임질 것인지, 누가 차기 주도권을 잡을 것인지에 대한 정치공학적 계산이 더 앞서고 있다.

국민의 힘에서는 장동혁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이 궁금해하는 것은 특정 정치인의 사퇴 여부가 아니다. 왜 선거에서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민심을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정치권 안팎에서는 차기 당권과 대권 구도를 둘러싼 세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정치평론가와 언론 패널들 역시 정책과 비전보다 계파와 권력 구도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민주당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당 대표 선출 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차기 권력 구도 경쟁이 노골화되고 있다. 대통령까지 특정 인사의 출마 문제를 언급하는 상황은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국민은 민생과 국정 운영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또다시 권력투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권의 모습이 국민이 직면한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결코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청년들은 취업난과 주거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경기 침체 속에서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다시 불안 조짐을 보이며, 환율과 물가 상승은 서민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또한, 세계는 AI·반도체·첨단산업 패권 경쟁으로 미래를 준비하며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정치권은 정쟁과 권력투쟁에 매몰돼 국가 경쟁력의 골든타임을 허비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참정권 논란과 선거 관리 시스템에 대한 국민적 불신 역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국민은 자신들의 한 표가 온전히 보장되고 있는지 묻고 있다.

이처럼 해결해야 할 현안은 산적해 있는데 정치권은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만 바라보고 있다.

정치는 권력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도구여야 한다.정치인의 관심은 다음 선거가 아니라 다음 세대여야 하며, 당내 권력투쟁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여야 한다. 국민이 정치인에게 권한을 위임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여야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국민은 생각보다 훨씬 현명하다. 정치권이 권력 다툼에 몰두할 때 국민은 민생을 본다. 정치권이 정쟁에 빠질 때 국민은 경제를 본다. 정치권이 계파를 따질 때 국민은 미래를 본다.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는 이를 수없이 증명해 왔다.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권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민심보다 권력을 우선한 정치세력 역시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누가 당권을 잡느냐보다 국민이 얼마나 행복해지는지가 중요하다. 누가 차기 주자가 되느냐보다 청년들의 미래가 더 중요하다. 누가 권력을 장악하느냐보다 국가 경쟁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국민 역시 깨어 있어야 한다.정치인의 말보다 행동을 보고, 구호보다 정책을 평가하며, 진영보다 국가의 미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정치인만 만드는 것이 아니다. 깨어 있는 국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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