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예능의 무대가 다시 일터로 향하고 있다. 출연자들은 관광지만 걷지 않는다. 스튜디오에 앉아 토크만 나누지도 않는다. 흙을 만지고, 장화를 신고, 장사를 하고, 손님을 맞는다. 요즘 예능은 농장과 목장, 식당과 가게처럼 실제 일이 벌어지는 공간에서 재미를 찾는다.

tvN 새 예능 ‘콩 심은 데 콩 나는 가고팜 하고팜 동물농장’(이하 ‘콩콩팜팜’)도 이 흐름 위에 있다. 오는 19일 첫 방송되는 ‘콩콩팜팜’은 이광수, 김우빈, 도경수가 제주도 목장에서 팜스테이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콩콩팜팜’은 ‘콩콩팥팥’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다. 2023년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가 농사에 도전했고, 2024년에는 ‘콩 심은 데 콩 나고 밥 먹으면 밥심 난다’가 식당 운영으로 확장됐다. 이번에는 제주도 목장이다. 농사, 식당, 해외 탐방을 거쳐 노동의 무대가 동물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옮겨간 셈이다.

목장은 예능에 잘 맞는 공간이다.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동물은 대본을 모른다. 밥을 주는 시간, 울타리를 점검하는 순간, 갑자기 벌어지는 돌발 상황이 자연스럽게 장면을 만든다. 실제 공개된 첫 티저에서도 목장 식구들과 식사하던 세 사람이 방목장에서 소가 탈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황하는 모습이 담겼다. 목장 대표마저 “묶었었는데 이게 풀어졌나?”라며 당황하는 장면이 웃음을 만들었다.

윤여정, 이서진, 박서준이 출연하는 tvN ‘윤식당’과 이서진, 정유미, 최우식이 출연하는 ‘서진이네’는 낯선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과정을 예능으로 만들었다.

이연복과 에릭이 출연하는 JTBC ‘현지에서 먹힐까?’ 역시 해외에서 직접 장사를 하며 현지 손님의 반응을 끌어냈다. 차태현과 조인성이 출연하는 ENA·tvN STORY ‘어쩌다 사장’은 시골 슈퍼를 운영하며 장보기와 계산, 배달, 식사 준비까지 일상의 노동을 전면에 세웠다.

농장, 목장, 가게, 식당은 계속 일이 생기는 공간이다. 출연자가 가만히 있어도 해야 할 일이 밀려온다. 밭은 기다려주지 않고, 손님은 들어오고, 동물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제작진이 억지 미션을 던지지 않아도 갈등과 실수, 협동과 웃음이 생긴다.

이런 장면은 스튜디오 게임으로 만들기 어렵다. 누군가 일부러 망가질 필요도 없다. 상황이 사람을 흔들고, 그때 출연자의 성격이 드러난다. 출연자의 당황, 수습, 담담한 반응처럼 이미 익숙한 관계성이 낯선 공간에서 다시 변주된다. 노동 현장은 캐릭터를 설명하지 않아도 보여준다.

노동 현장 예능은 힐링과 리얼리티를 동시에 잡는다. 시청자는 풍경, 목장의 여유, 식당의 따뜻한 밥상을 보며 편안함을 느낀다. 동시에 출연자들이 실제로 땀 흘리고 당황하는 장면에서 현실감을 느낀다. 예쁘게 꾸민 힐링만으로는 부족한 순간, 노동의 피로가 화면에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더 살아난다.

예능이 노동 현장으로 가는 건 결국 사람을 더 잘 보기 위해서다. 잘 차려진 세트보다 실제 일이 벌어지는 공간에서 출연자의 반응은 더 선명해진다. 몸을 쓰고, 실수하고, 서로를 도우며 관계가 만들어진다. 웃음은 그 과정에서 나온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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