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사포판=김용일 기자] “스포츠 정신의학에 입문한 지 25년째다. 올림픽 대표팀과 야구대표팀 등 많은 팀에서 일했는데, 이 팀은 꼭 됩니다.”
한국 축구 월드컵 대표팀 역사상 첫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멘털 코치로 합류한 한덕현 중앙대 교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한 교수는 16일(한국시간) 대표팀의 베이스캠프 훈련장인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취재진과 만나 현재 홍명보호의 심리 상태를 두고 ‘스테이블(안정적)’이라며 한 단어로 표현했다.
그는 ‘수장’ 홍명보 감독과 성공 경험을 품고 있다. 홍 감독이 지난 2021년 ‘준우승 징크스’에 시달리던 K리그1 울산HD 지휘봉을 잡았던 시절이다. 첫해 스타군단의 원 팀 문화를 이끌었지만 뒷심 부족으로 또다시 준우승에 머물렀는데, 홍 감독은 선수의 심리적인 문제를 진단하고 이 분야 권위자로 불리는 한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듬해 선수 개인별 맞춤 심리 치료를 시행했는데, 울산이 홍 감독 지도 아래 17년 만에 K리그 우승 트로피를 품는 데 밀알이 됐다.
스포츠 심리는 갈수록 고도화한다. 축구 선수의 꿈의 무대인 월드컵 무대에서도 멘털 지도법은 세심해지고 있다. 한 교수는 “홍 감독께서 워낙 경험이 풍부해 기본적인 선수의 심리를 잘 안다”며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1차전 때 선수의 심리, 2~3차전 때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등을 말씀하신다. 이에 맞춰 선수에게 어떻게 얘기할지를 많이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대표팀은 ‘되는 팀’이라고 늘 얘기한다. 내부 안정성에 대해 외부에서 의심했지만 1년간 차곡차곡 쌓아온 게 행정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잘 모인 팀”이라고 했다. 또 “지금 선수의 심리 상태는 스테이블이다. 1차전 승리에 흥분하지도 않고 2차전에 대해 자만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심엔 Z세대 태극전사가 있다. 특히 월드컵을 앞두고 ‘깜짝 발탁’으로 화제를 모은 이기혁(강원)은 미국 사전 캠프에서 치른 평가전에서 눈도장 받은 뒤 체코와 본선 1차전(한국 2-1 승)에도 선발 출전해 제 몫을 했다. 살 떨리는 월드컵 무대지만 마음을 다잡으며 제 가치를 뽐냈다. 한 교수는 “(이기혁 사례를 두고) 스승에게 메일을 보낼 정도였다. 스포츠 심리가 무너진 것 같다”고 웃더니 “월드컵 첫 경기여서 부담을 품고 뛸 것 같았는데 신세대여서 그런지 그런 게 없더라. 신체적, 정신적 대비를 정말 잘하더라”고 말했다.
체코전 오전까지 고열 증세에도 불굴의 의지로 경기에 출전, 역전 결승포를 터뜨린 오현규(베식타스)에 대해서도 “몸이 안 좋았기에 스스로 어느 시간에 어떻게 뛰겠다고 생각하더라. 그게 집중력인데, 제대로 맞아떨어졌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오전 6~9시 코치진 미팅에 참여한 뒤 11시 시행하는 훈련 때 선수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오후엔 관찰 내용을 바탕으로 선수 면담 자료를 만들어 4~5명과 마주한다. 저녁엔 다시 코치진이나 스태프 미팅에 참여해 선수들이 훈련과 전술 수행하는 데 심리 상태 등을 공유하고 있다.
19일 예정된 멕시코와 2차전 때 상대 홈 관중의 광적인 응원과 관련해 선수의 부담 정도를 물었다. 한 교수는 “창피하지만 내가 선수에게 거꾸로 물어본 적이 있다. 위축되지 않을까 해서”라며 “유럽의 큰 무대를 경험한 선수가 많다. 그곳은 늘 수만 명의 관중이 오지 않느냐. 오히려 ‘이렇게 준비하면 된다’라고 위로해줬다”고 방싯했다. 또 체코전과 같은 사포판의 아크론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것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한 교수는 “스포츠 심리 교과에 따르면 한 번 경험한 경기장에서 다시 하는 건 유리한 게 많다. 그곳에서 잘한 퍼포먼스를 기억하는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선수에게 월드컵이 특별해서 죽을힘을 다해야 한다는 표현은 하지 않는다. 매번 ‘하던 대로 하자’고 한다”며 태극전사의 안정적인 심리 상태가 지속하도록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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