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배우 고(故) 이선균 사건의 수사 정보를 언론에 유출한 혐의로 기소한 검찰 수사관 A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A가 수사 과정에서 휴대전화 연락 내용을 삭제하고 기기를 교체하는 등 증거인멸 정황이 있었다고 지적했고 수사정보 취득경위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반복한다고 적시했다.

이에 수사관 A는 최후진술에서 “직무상 비밀이라는 인식이 없었다”며 “가십처럼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의 수사 정보가, 공무상 취득한 정보가,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수사관에게는 그 정도 무게였다는 이야기다.

검찰 수사관 A에 의해 이선균 관련 수사 상황과 진행 내용이 지역 언론 기자에게 전달된 이후 관련 보도는 폭증했다. 고인은 두달 넘게 언론 보도와 여론의 십자포화에 시달렸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연예인의 수사 정보가 가십이 되는 현실을 봐왔다. 유명인의 사생활은 공공재처럼 소비되기 시작했고 피의사실은 보도자료처럼 흘러다녔다. 미디어는 이를 서슴치않고 증폭했다.

과연 이선균 사건에서 당시 우리가 실제로 알아야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마약 투약 혐의 수사 여부. 사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선균은 수사 과정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정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사망 직전까지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관련 수사 내용과 사생활은 연일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유흥업소 실장과의 관계가 기사 제목이 됐고, 사적 통화 녹음이 공개됐고,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실시간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실체적 수사는 뒷전으로 물러나고 사생활이 메인을 장식했다. 얼마전 유시민 작가는 “나는 알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누구를 만났는지, 어떤 관계였는지, 그것은 본인과 가족의 문제일 뿐이라는 취지였다.

유 작가의 말처럼, 우리 모두가 알아야할 정보였을까.

알 권리와 호기심은 다르다. 공익과 조회수는 더 다르다. 당시 포승줄에 묶이지만 않았지, 이선균은 포토라인에 서서 공개적으로 망신당했고, 고스란히 노출됐다.

비공개를 요청했지만, 이는 묵살됐고 이선균은 경찰서에 서는 것만으로 죄인으로 낙인찍혔다. 그 과정에서 피의자 인권은 보호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수사기관은 절차상 문제없이 수사했다는 입장이고, 미디어는 보도했을 뿐이고, 유튜버들은 관심을 쫓았을 뿐이라고 한다.

이에 분개한 문화예술인들은 ‘인격 살인’이라고 외치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봉준호 감독은 수사 정보 유출 경위를 밝히라고 강력히 요구했다. 장항준 감독, 이원태 감독, 가수 윤종신, 배우 김의성, 최덕문 등이 연대했다. 변영주 감독은 지금도 검찰과 경찰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들의 분노는 단순한 동료애의 범주를 벗어난다. 피의자를 대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였고 이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이선균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검찰은 수사정보를 흘린 검찰 수사관에게 3년을 구형했고 법원은 냉철하게 유무죄를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 사건은 끝나지 않는다. 이선균이 세상을 떠나며 남긴 숙제가 있다.

피의사실 공표와 수사 정보 유출에 대한 실질적 처벌강화, 공개 소환과 과도한 언론 노출 관행의 전면 재검토, 그리고 공익과 사생활 침해의 경계선도 다시 물어야 한다.

시간이 흘러 흐지부지 된다면 우리사회는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누구를 궁지에 몰아넣으며 소비할 것이다. 인간을 가십으로 생각하는 사회라면 제2의 이선균은 언제든 다시 나올수밖에 없다.

kenny@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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