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카이돔, 서울시설공단 ‘갑질 논란’
무서운 팬심에 놀랐나
진짜는 ‘대등한 관계’ 설졍이다

[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그야말로 ‘앗 뜨거!’다. 서울시설공단이 고척스카이돔 ‘강제 소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일단은 잠잠해진 모양새다. 끝이 아니다. 핵심은 불을 켜고 끄는 게 아니라 ‘관계 설정’이다.
지난달 26일 묘한 일이 발생했다. 고척에서 열린 KIA와 키움 경기다. 키움이 2-5로 졌다. 경기 후 특타(특별 타격) 훈련을 진행하기로 했다. 경기 중 공단에 요청했으나 “안 된다”는 답변이 나왔다. 미리 알려주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여기부터 난센스다.
키움은 대관신청서를 낼 때 오후 11시까지로 잡는다. 이날 경기가 오후 9시21분 끝났다. 여유가 있다. 선수단이 특타에 나섰다. 그러자 공단 관계자가 나와 단호하게 소등을 지시했다. 이 관계자는 “대관은 경기가 끝나면 바로 종료”라며 “구단이 무단으로 쓴 것”이라고 강조했다.

‘난리’가 났다. 특히 팬들이 들고일어났다. “공무원이 프로야구 선수단 훈련을 막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노했다. 공단, 서울시 등 각종 기관에 민원이 쇄도했다.
하루가 지난 5월27이 공단이 설명자료를 내놨다. “최소 하루 전 키움의 사전 요청을 받아 훈련을 허가해왔다”며 “앞으로는 키움 측과 더 긴밀하게 소통하겠다”고 했다.
다시 이틀이 흐른 29일, 키움은 홈에서 KT에 1-7로 졌다. 다시 특타를 하기로 했다. 이날은 정상적으로 열렸다. 공단이 이번에는 허락해줬다.

2016년 고척을 홈으로 삼았다. 경기 후 추가 훈련을 이번에 처음 한 것도 아니다. 설종진 감독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했다. 설 감독은 1996년 전신 격인 현대에 입단해 지금까지 키움에서만 일한 인사다.
씁쓸한 단면이다. 키움은 계속 공단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고척 관계자 출입구에서 3루 더그아웃으로 이동하는 복도도 출입통제된 상태다. 공단이 보안을 이유로 막았다. 키움이 “동선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출입을 막아놓고, 지난해 11월 공단 직원은 지인을 데려와 국가대표팀 훈련을 ‘더그아웃 1열 직관’하게 했다. 선수 앞을 가로막으며 사인을 요청하고, 셀카를 찍자고 하기도 했다. 공단은 “2025년 12월 관련 직원에게 경고 조치를 취했다”고 뒤늦게 밝혔다.

이렇게 작은 부분도 쩔쩔매는 상황인데, 시설 개선 등 큰일은 언감생심이다. 키움 관계자들이 늘상 하는 “공단 측과 얘기를 해봐야 한다”는 말은 고척돔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2024년 메이저리그(ML) 서울시리즈가 열렸다. 이에 앞서 ML 사무국 요청에 따라 고척 시설이 ‘싹’ 바뀌었다. 특히 그라운드 인조잔디는 전면 교체했다. 이를 바라본 키움은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세입자는 죄인이 아니다. 계약서상 갑을은 나뉠 수 있다. 이게 ‘상하 관계’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고척에 들어오고 싶어서 들어온 것도 아니다. 공단도 키움을 대등한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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