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프로보(미 유타주)=김용일 기자] “이기혁의 장점 살리고자 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대비해 1년여 스리백을 실험해온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이전과 다른 변칙적인 형태를 뽐낸 배경에 최종 명단 ‘깜짝 발탁’ 주인공인 이기혁(강원)을 꼽았다.

홍 감독은 31일(한국시간) 미국 유타주 프로보에 있는 브리검영대(BYU) 사우스필드에서 열린 트리니다드토바고와 월드컵 본선 대비 최종 모의고사 1차전에서 손흥민(LAFC) 조규성(미트윌란)의 멀티골을 앞세워 5-0 대승했다.

트리니다드토바고가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02위로 한국(25위)보다 77계단이나 아래에 있지만 고지대에서 치른 첫 실전 경기, 주력 선수가 합류한지 얼마 안돼 1.5군을 투입한 것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성과다.

특히 이전까지 전통적인 플랫한 스리백 전술을 펼친 홍 감독은 이기혁을 내세워 유연한 전술을 뽐냈다. 윙백 옌스 카스트로프를 전진시키고 이기혁이 폭넓게 움직이며 장기인 양질의 왼발 전환 패스 등으로 공격에 힘을 불어넣었다. 홍 감독은 “후방에서 나가는 이기혁의 정확한 왼발 패스를 살리면서 카스트로프의 위치를 높게 두려고 했다”며 “(이기혁은) 가끔 톡톡 튀는 플레이를 고치면 굉장히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칭찬했다.

또 소집 전까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에서 상반기 무득점으로 고전한 손흥민이 선발 출격해 전반 선제 결승골을 포함해 2골을 뽑아내고 후반 투입된 조규성도 2골 화력을 뽐낸 것에 “골 가뭄에 시달린 선수들이 이런 경기를 통해 득점하면 자신감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반가운 일”이라고 했다.

다음은 홍 감독과 일문일답

- 경기 소감은.

월드컵 체제로 시작된 뒤 첫 평가전이다. 상대가 조금 약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평가전의 의미를 잘 살렸다. 손흥민의 득점은 물론 황인범이 부상 이후 처음 뛰었다. 이기혁도 (A매치 1경기 출전 기록이 있지만) 사실상 데뷔에 준하는 경기였다. 전체적으로 결과와 내용이 좋았다.

- 스리백 형태가 이전과 다르게 변칙적이었는데.

후방에서 나가는 이기혁의 정확한 왼발 패스를 살리면서 (윙백으로 뛴) 옌스 카스트로프의 위치를 높게 두려고 했다. 일대일 돌파를 하면서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는 걸 좋아해서다. 그때 누군가 하프 스페이스로 빠지는 걸 요구했다. 이기혁은 잘했는데 고쳐야 할 것도 몇 가지 있다. 그것만 잘 하면 굉장히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이다.

- 이기혁의 고쳐할 점은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가끔 가볍게 플레이하는 것이다. 이부분은 K리그를 보면서도 지적했다. 오늘도 무언가 톡톡 튀는 플레이(마르세유턴 등)를 했는데, 기본적으로 수비수는 그런 걸 하면 주위에 불안감을 준다. 자신 있게 하는 건 좋지만 그런 부분은 줄여야 한다.

- 조유민과 배준호가 부상으로 나갔는데.

배준호는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조유민은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후반에 포백 형태를 오가며 유기적으로 움직였는데.

준비한 대로 잘 됐다. 스리백 형태에서 포백 형태에서 하는 건 (약속한 대로) 순간순간 선수의 생각에 의해서다. (스리백에서) 포백을 만들 땐 미드필더가 내려와서 해준다. 이런 게 그동안 우리가 스리백과 포백을 함께해 온 이유다.

- 손흥민과 조규성이 나란히 멀티골을 넣었는데.

팀도 자신들도 좋았을 것이다. 골 가뭄에 시달린 선수들인데 이런 경기를 통해 득점하면 상대팀이 약하든 강하든 자신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팀으로는 반갑다.

- 황인범이 2개월여 만에 실전 경기를 뛰었다. 이동경도 풀타임 활약했는데.

황인범의 출전 시간은 사전에 조율이 됐다. 확실히 중원에서 지배력은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좋다. 다음에 조금 더 시간을 늘릴 것이다. 이동경은 이강인과 비슷한 유형인데, 특유의 공격적인 능력을 잘 보였다.

- 이재성의 중앙 미드필더 기용에 대해서는? 또 지난 3월 유럽 원정과 비교해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때 적극적으로 지시했는데.

우선 브레이크 땐 전반 20분간 주도적으로 했지만 잘 안된 부분 얘기하면서 좀 더 빠른 플레이, 특히 수비수에 의해 반대로 전환하는 장면을 요구했다. 실제 이기혁이 오른쪽 김문환에게 연결하는 장면 등으로 공격 패턴과 속도가 빨라졌다. 득점까지 나왔다. 이재성은 어느 포지션도 다 볼 선수다. 자기 역할을 다한다. 미드필더진의 고민이 컸기에 황인범과 이재성의 조합을 실험해보고 싶었다. 둘 다 좋은 능력을 지녔다. 긍정적인 부분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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