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연애 프로그램(이하 연프)을 소비하는 주된 요소 중 하나는 ‘길티 플레저’다. 다소 관계에 서툰 사람들이 저지르는 실수를 보며 조롱하는 즐거움, 즉 타인을 흉보면서 죄책감과 오락적 쾌감을 동시에 얻는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범주의 사람이 저지르는 ‘귀여운 부족함’을 볼 때 작동한다. 출연자들 역시 연프 출연으로 얻는 인지도에 따르는 일종의 ‘망신값’으로 여기면 그만이다.
하지만 ‘불쾌’는 다르다. 룰을 어기거나 상대를 노골적으로 깎아내리는 행동은 길티 플레저의 허용 범위를 벗어난다. 최근 연프에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 두 인물이 있다. MBC Every1 ‘돌싱N모솔’의 조지와 ENA·SBS Plus ‘나는 SOLO(이하 나솔)’ 31기 옥순이다. 조지는 타인을 향한 일방적인 감정 배설로, 31기 옥순은 교묘한 이간질로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다.
조지는 관계 맺는 것에 있어 아쉬움이 크다. 자신을 전시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상대의 의중은 안중에도 없이 마구잡이로 정보를 쏟아냈다. 알고 싶지 않은 개인사나 특정 역사를 장황하게 늘어놓거나 느닷없이 영어로 소개하는 등 자신을 과시하는 데만 에너지를 썼다. 타인이 느끼는 불편함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크다.
문제는 여성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을 때 폭발했다. 6명의 여성 중 단 한 명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조지는 “왜 나를 뽑지 않았냐”며 감정을 그대로 쏟아냈다. 급기야 PD를 불러 “그만하고 싶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다”며 현실을 부정하고 주위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실패를 받아들일 내면의 힘조차 없으면서 타인과 제작진을 탓하는 태도는 아쉬움을 넘어 피로감을 안겼다.
반면 ‘나솔’ 31기 옥순의 방식은 차갑고 교묘하다. 정희와 영숙을 오가며 자신의 패를 만들고, 은밀한 이간질로 피해자를 만들었다. 누군가를 아랫사람으로 두고 주위를 통제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행위는 조직 사회에서 수없이 목격하는 정치질의 축소판이다.
타깃이 된 피해자는 순자다. 경수를 놓고 영숙과 대결하는 상황에서, 옥순은 방문이 열린 틈을 타 순자가 들으라는 듯 노골적으로 영숙을 응원했다. 순자를 철저히 고립시키고 초라하게 만들었다. 순전히 본인의 서열 놀이와 재미를 위해 약자를 짓밟는 행태에 데프콘, 이이경, 송해나 3MC마저 고개를 저었다.
현재 관련 커뮤니티는 31기 옥순의 행동을 질타하는 비판으로 도배된 상태다. 과거 항공업에 종사할 때의 사연까지 파묘됐다. 옥순은 커뮤니티에 올라온 과거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솔로 나라에서 보여준 모습이 워낙 임팩트가 강해 말의 힘이 먹히지 않고 있다.
조지와 옥순의 모습은 묘하게도 팍팍한 현대 사회의 군상을 거울처럼 비춘다. 타인의 감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상처와 우월함만 인정받으려는 조지는 이기적으로 여겨지고, 타인을 짓밟고 고립시켜 자신의 서열을 확인하는 옥순에겐 ‘비뚤어진 통제욕’이 엿보인다.
출연자들이 망신을 감수하고 사랑을 찾으러 온, 로맨스가 꽃피어야 할 ‘설렘의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누군가에게는 서열 싸움의 그라운드로 변질된 셈이다.
연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날것의 감정이 주는 재미도 커졌지만, 이제 시청자들은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를 요구하고 있다. 매주 연프라는 이름 안에서 쏟아지는 타인의 미성숙함과 날 선 적의를 묵묵히 견뎌내는 것은 온전히 시청자의 몫이 됐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불편한 심리전을 ‘리얼리티’라는 이름으로 참아내야 할까. 제작진과 출연자 모두가 곱씹어봐야 할 뼈아픈 질문이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기사추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