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조선 최고의 악녀와 자본주의 괴물이 만났다. 타임슬립과 로맨틱 코미디, 여기에 B급 병맛 감성까지 뒤섞은 SBS 새 금토드라마 ‘멋진 신세계’가 예측 불가능한 재미로 안방극장에 첫 발을 내디뎠다.

‘멋진 신세계’는 시작부터 ‘멋진’ 출발이었다. 지난 8일 첫 방송된 이번 작품은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 4.1%로 출발한 뒤 2회 만에 5.4%까지 상승했다. 전작 ‘신이랑 법률 사무소’의 출발 성적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울 수 있지만, 이미 화제성을 선점한 MBC 금토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과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다.

무엇보다 초반 분위기를 단숨에 끌어올린 건 배우 임지연의 존재감이다. 극 중 임지연은 조선 최고의 악녀 강단심과 현대의 무명 배우 신서리를 오가는 1인 2역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단순히 시대만 넘어온 인물이 아니라 조선 궁중 암투 속에서 살아남았던 강단심의 생존 본능이 현대 사회에서도 그대로 발휘된다는 설정이 웃음을 만든다.

보통 타임슬립 장르 속 과거 인물들은 현대 문명 앞에서 허둥대기 마련이다. 하지만 강단심은 다르다. 카드 결제와 SNS, 연예계 생존법까지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한다. 오히려 현대 사회를 새로운 권력 다툼의 장처럼 받아들이며 넉살스럽게 파고든다. 그 과정에서 임지연 특유의 독기 어린 눈빛과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가 시너지를 내며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낸다.

작품 곳곳에 녹아든 B급 감성 역시 눈길을 끈다. 배우 황정민의 명대사를 활용한 ‘병맛 밈’ 영상으로 화제를 모았던 유튜버 제프프가 참여해 특유의 감각을 드라마에 반영했다. 극 중 신서리가 대중에게 각인되는 이른바 ‘장희빈 빙의 밈’ 장면은 첫 방송 직후 온라인에 빠르게 확산되며 작품의 화제성을 견인했다. 과장된 연출과 밈 문법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이를 억지스럽지 않게 풀어낸 방식이 신선하다는 평가다.

허남준 역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허남준이 연기하는 차세계는 돈과 권력으로 움직이는 냉혈한 재벌이다. 정제된 수트핏과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 연기가 더해지며 차세계라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완성했다. 무엇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위험한 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점이 향후 전개 과정 속에서 그의 활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특히 ‘멋진 신세계’의 가장 큰 차별점은 전형적인 ‘착한 주인공’이 없다는 점이다. 희대의 조선 악녀 강단심(신서리)과 현대의 악질 재벌 차세계 모두 쉽게 응원하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을 주인공으로 앞세워 풀어내는 로맨스 서사가 시청자들에게도 독특하고 흥미롭게 여겨지는 것이다.

이처럼 ‘멋진 신세계’는 과감하게 B급 정서와 병맛 코미디, 타임슬립 판타지까지 뒤섞으며 새로운 방향을 시도하고 있다. 다소 호불호는 갈릴 수 있지만, 적어도 뻔하지 않다는 점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멋진 신세계’가 악남악녀 로맨스로 입소문을 타고 또 하나의 화제작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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