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석재기자] 중앙아시아 신흥 시장으로 각광받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인 사업가의 20년 노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150만 달러, 우리 돈 약 21억 원을 들여 세운 건물과 공장이 ‘자발적 기부’로 둔갑했다는 주장이다. 단순한 투자 실패로 치부하기엔 사건의 결이 무겁다. 권력, 사법, 그리고 제도의 문제까지 겹쳐 있다.
현지에서 20여 년간 사업을 이어온 박광남 씨는 최근 한국에서 기자와 만나 “투자가 아니라 약탈을 당했다”고 했다. 그의 말은 격앙되지 않았지만, 문장 사이마다 무너진 시간의 무게가 묻어났다.
사건의 출발은 평범했다. 2017년,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현지 고려인 단체 관계자와의 만남. 상대는 단체 수장이자 하원의원이었다. 방치된 부지에 건물을 지어 공동 운영하자는 제안이 이어졌다.
“사업가로서 계산은 했습니다. 다만 ‘사기’라는 변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그 사람이 하원의원이었으니까요.”

박 씨는 토지 정비부터 건물 완공까지 모든 비용을 책임졌다. 공장과 사무동이 들어섰고, 세금과 운영비 역시 그의 몫이었다. 문제는 완공 이후 터졌다. 약속했던 지분 이전은 미뤄졌고, 끝내 상대 측은 입장을 뒤집었다.
투자는 없었고, 기부만 있었다는 주장. 그 순간 21억 원은 계약이 아닌 ‘선행’으로 재정의됐다.
분쟁은 법정으로 옮겨갔다. 1심은 상식의 편이었다. 투자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결과는 정반대로 바뀌었다.
박 씨는 “증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는 녹취, 회의록, 자금 투입 자료 등을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또 하나의 변수는 ‘지위’다. 상대는 여전히 현직 정치인이다. 사건은 단순한 소유권 다툼을 넘어섰다. 박 씨는 분쟁 이후 추방 압박까지 받았다고 주장한다.
“투자금을 포기하면 조용히 끝날 일이라는 식이었습니다.”

해외 투자 분쟁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나리오다. 민사 분쟁이 형사 리스크나 비자 문제로 확장되면서 협상력을 무너뜨리는 방식이다. 그는 현재 형사 고소를 진행 중이지만, 이미 핵심 자산은 손을 떠난 상태다.
이 사건이 주목받는 이유는 ‘낯설지 않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활동하는 한인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유사한 피해 사례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투자금을 기부로 둔갑시키는 방식, 1심 이후 판결이 뒤집히는 구조, 현지 권력과의 연결고리.
국제 중재 무대에서도 유사한 맥락의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제기된 일부 사건 역시 외국 투자자의 자산이 현지 권력 구조 속에서 사실상 해체된 사례로 회자된다.
우즈베키스탄은 분명 매력적인 시장이다. 풍부한 인구와 자원, 그리고 개방 정책. 한국 역시 주요 투자국 중 하나다.
그러나 시장은 숫자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법치의 신뢰, 사법의 독립성, 계약의 강제력. 이 세 가지가 흔들릴 때 투자는 위험으로 바뀐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제도보다 관계가 먼저 작동하는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항상 후순위”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대목은 ‘신뢰’다. 같은 고려인 사회라는 점이 오히려 경계를 낮췄다. 계약서는 느슨했고, 법적 안전장치는 부족했다. 결국 신뢰는 보호막이 아니라 취약점이 됐다.
해외 투자에서 반복되는 오류다. 관계는 사업의 윤활유일 수 있지만, 안전장치는 아니다.
이 사건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한국 기업과 개인 투자자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유사 사례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핵심은 대응 방식이다. 개별 분쟁으로 남길 것인가, 아니면 투자 보호 문제로 확장할 것인가. 박 씨는 “다음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은 호소이자 경고에 가깝다.
해외 투자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믿을 것인가. 이번 사건은 분명한 답을 던진다.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 관계가 아니라 계약. 그 기본이 무너질 때,
투자는 언제든 ‘기부’로 바뀔 수 있다.
[사업가 박광남 호소문 전문 ]
21억원의 ‘투자’를 ‘기부’라고 우기는
황당한 우즈베키스탄 고려문화협회
안녕하세요.
저는 우즈베키스탄에서 20여년 거주하면서 무역업을 하고 있는 박광남입니다.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투자관련 분쟁이 있어서, 저의 억울함도 알리고, 우즈베키스탄 고려문화협회의 악행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비즈니스를 위해 ‘투자’를 했는데, 고려문화협회에서는 제가 ‘기부’를 한 것이라며, 한국 돈 약 21억원 상당의 건물을 빼앗아가려 합니다.
우즈베키스탄에는 17만 고려인들의 단체인 고려문화협회가 있습니다. 타슈켄트시 세르겔리 구역에 고려문화협회의 토지(1헥타)가 있으며, 최초, 고려문화협회의 박빅토르 회장은 스스로 토지를 활용할 수 없음을 인지하고, 한국인 투자자를 유치하여, 건물과 창고를 건설 후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자며 저에게 사업을 제안했습니다.
고려문화협회와 저(박광남)는 합자회사를 설립한 후 건설을 시작하였으며, 이후 건물 및 토지에서 나오는 임대 수익 등에 대해 지분율만큼 배분하기로 약속을 했었습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초 건설 진행과정에서 토지의 소유권에 관련해서 타슈켄트 시청과 고려문화협회 간의 소송이 있었습니다. 이때 고려문화협회의 박빅토르 회장은 ‘본인이 국회의원 신분이여서 직접 소송에 참여하여, 법원에 다니는 것은 보기가 좋지 않다’며, 저에게 재판을 일임하며 부탁을 했습니다. 이에, 제가 직접 제 돈으로 변호사 고용하여 재판을 진행하였으며, 최종 승소(1심 승소, 2심 패소, 3심 대법원 승소)를 하였습니다. 이후 3층 사무실 건물과 공장(창고)을 건설하였으며, 현재까지 약 150만불(약 21억 7천만원)의 자금을 투자했으며, 건설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건설 당시 “‘각종 승인의 신속함과 편의성을 위해’ 건설 관련 모든 서류는 우선 ‘고려문화협회’의 명의로 하고, 완공 이후 합자회사로 명의를 옮기는게 좋을 것 같다”는 박빅토르 고려문화협회장의 말을 그대로 믿고 진행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현재 토지와 건물은 모두 고려문화협회 명의로 되어 있습니다. 2019년 건설 완료 이후 꾸준히 합자회사로의 명의 이전 및 지분 조정에 대해 고려문화협회에 요청을 했으나, 매번 다양한 이유로 조금 후에 하겠다며 기다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에는 명의 이전이 힘들다며 대놓고 거절을 했습니다. 이에 2021년 ‘합자회사로의 명의 이전 및 지분 조정’에 대해 민사소송을 진행하여, 1심에서는 승소했으나, 2심과 3심에서는 패소했습니다.
2021년 1심에서는 고려문화협회가 건설에 본인들이 직접 투자를 했다고 주장을 했다가 패소했었는데, 2022년 2심과 3심에서는 갑자기 고려문화협회에서 본인들이 투자한게 아니고, 박광남 측에서 건설에 대한 모든 투자를 하였으며, 고려문화협회에 전액 ‘기부’를 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했습니다.
‘기부’에 대한 증거는 전혀 없었으며, 상호 투자에 의한 합자 운영에 대한 여러 증거(녹취록, 고려문화협회 자체 회의록 등)가 있었지만, 고려문화협회장이 국회의원의 직위를 활용해 재판부를 압박한 것인지, 어처구니 없이 저는 패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간의 히스토리를 알고 있는 교민들이나 대사관 직원, 심지어 고려인들까지도 ‘기부’라는 황당한 논리에 모두 고려문화협회를 비웃었는데, 우즈베키스탄 재판부는 무슨 증거와 논리인지는 모르지만 고려문화협회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너무 무섭습니다. 무수한 증거가 있음에도 황당한 판결이 나와서, 타지에서 생활하는 이방인의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2015년부터 고려문화협회 박빅토르 회장과 형동생 관계를 이어온 저는 그동안 고려문화협회와의 관계를 위해 매년 각종 행사(설날, 추석 행사 등)의 개최에 수 천불의 후원금을 지원했습니다. 특히, 지난 2020년부터 박빅토르 회장의 요청으로 건설하는 토지에 대한 사용료 명목으로 매달 500만숨(약 500불)을 고려문화협회에 지불했으며, 또한, 2021년 박광남 대표는 박빅토르 회장의 요청으로 토지 세금 및 후원금 명목으로 4,500만숨(약 4,500불)의 돈도 지불을 했었습니다. 또한 건설시작 부터 지금까지 각종 세금(전기세, 가스세, 수도세, 건물세)도 저희가 모두 지불하고 있습니다. 고려문화협회에서 요청하는 모든 부탁은 다 들어줬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결과는 고려문화협회의 ‘기부’라는 황당한 논리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고려문화협회의 ‘기부’라는 주장에 대해 고려문화협회를 사기혐의로 ‘형사 고소’하였습니다. 형사재판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땅에서 외국인 신분인 제가 거대한 조직인 고려문화협회 그리고, 국회의원인 박빅토르 고려문화협회 회장의 막강한 권력과 혼자 싸우려니 매우 힘이 듭니다. 아무리 증거가 있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 두려움이 앞섭니다. 저는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적지않은 150만불(약 21억원)의 금액을 ‘투자’한 것을 ‘기부’라고 우기면서, 모든 걸 편취하려는 고려문화협회와 박빅토르 회장의 만행을 알리고 싶으며, 제가 투자한 금액을 인정받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20여년 힘들게 모은 자금을 고려인 단체의 꾀임에 속아서 모두 잃게 될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도 한국에서 온 정부 관계자나 손님들이 고려문화협회를 방문하여 웃으면서 사진을 찍고 후원을 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도 분하고, 피가 거꾸로 솟는 심정입니다.
만약 그들이 주장하는 ‘기부’가 사실이면, 고려문화협회는 저를 업고 다니며, ‘감사하다’고 칭송을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저를 피하고 있으며, 소송으로 괴롭히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와 언론의 많은 관심과 도움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26년 4월 26일
우즈벡에서 사업하는 박광남 드림
wawaki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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