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대한민국 식품 산업이 사상 최대 1분기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글로벌 골든크로스’를 달성했지만, 식품업계 내부에서는 오히려 지금이 구조적 변화의 ‘임계점’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 매출 비중이 국내를 압도하는 시대가 열리면서, 단순히 국내에서 만들어 배에 싣는 ‘수출 방식’만으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글로벌 공급망(SCM)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 ‘Made in Korea’의 한계…이란 사태와 강달러가 수익성 발목

​최근 격화되고 있는 ‘이란 사태’ 등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식품 기업들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기고 있다. 해상 운임 급등은 물론, 호르무즈 해협 긴장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과 ‘강달러(원화 가치 하락)’ 기조는 원부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다시 수출해야 하는 국내 식품업계의 수익성을 양방향에서 압박하고 있다.

​식품은 가전이나 반도체에 비해 단가가 낮아 물류비와 환율 변동이 마진율에 직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매출 비중이 50%를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수출’이 아니라 ‘현지 경영’의 영역”이라며 “현지에서 생산해 즉각 대응하지 못하면 비용 폭탄은 물론, 물류 지연에 따른 신선도 유지 등 식품의 본질적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삼양·농심 등 ‘현지 완결형’ 생산 체계 구축에 사활

​이런 위기감은 선제적인 해외 설비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라면 수출 호조로 해외 매출 비중이 80%를 상회하는 삼양식품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삼양은 최근 20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중국 현지 생산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물량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원재료 수급부터 생산, 유통까지 현지에서 끝내는 ‘현지 완결형 체계’를 구축해 환율 및 물류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라면업계 1위 농심 또한 2030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6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로드맵 아래, 북미 성공을 발판 삼아 유럽 내 생산 기지 설립을 적극 검토 중이다. 서구권의 폭발적인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동시에,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유럽연합(EU)의 환경 및 식품 수입 규제에 현지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포석이다.

◇ 단순 생산 기지 넘어 ‘R&D·물류’ 결합한 웰니스 플랫폼으로

​전문가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K-푸드 기업들의 정체성이 ‘내수 기업’에서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완전히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롭게 구축되는 해외 공장들은 단순히 제품을 찍어내는 곳을 넘어, 현지인의 입맛을 연구하는 R&D 센터이자 물류 허브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CJ제일제당이 북미와 유럽 등 ‘신영토’에서 현지 인프라를 기반으로 점유율을 확장하고, 대상(종가)이 미국 내 김치 공장을 통해 ‘비건 김치’ 등 현지 맞춤형 제품을 쏟아내는 것이 그 증거다. 결국 1분기 수출 신기록이라는 성과를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 캐시카우로 굳히기 위해서는, 전 세계 주요 거점에 ‘K-푸드 생산 영토’를 얼마나 빠르고 정교하게 이식하느냐가 향후 10년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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