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 기자] 검붉은 유니폼을 입은 이들이 꿈꿔온 ‘서울의 봄’이 진짜 왔나 보다. 성적과 흥행 모두 ‘독주 체제’다.

FC서울 김기동호가 3만4068명의 시즌 최다 관중 앞에서 ‘디펜딩 챔프’ 전북 현대를 제압, K리그1 선두 자리를 굳건히 했다. 그것도 ‘원 팀 정신’을 바탕으로 종료 직전 버저비터 결승포를 해냈다. 이젠 목표가 분명해졌다. 통산 7번째 별을 향한다.

◇9년 징크스까지 타파, 의심은 확신으로

김기동 감독이 지휘하는 서울은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끝난 ‘하나은행 K리그1 2026’ 7라운드 전북과 홈 경기에서 모두 무승부를 예상한 후반 추가 시간 종료 직전 폴란드 골잡이 클리말라가 극장 결승포를 가동하며 1-0 승리했다.

서울이 전북을 안방에서 잡은 건 9년 만이다. 2017년 7월 2일 2-1 승리 이후 이전까지 안방에서 전북과 13경기를 치러 2무11패에 머물렀다. ‘김기동호 3년 차’에 달라진 저력을 뽐내는 서울은 마침내 전북 징크스까지 날렸다.

개막 이후 6경기에서 5승1무(승점 16)를 기록, 12개 팀 중 유일하게 ‘무패 가도’를 달리며 1위. 2위(승점 13)인 울산HD와 2라운드가 15일로 미뤄져 타 팀보다 한 경기 덜 치렀지만 최다 득점 1위(12골), 최소 실점 1위(3실점)다.

역습 상황에서 결승골의 기점이 된 드리블을 펼친 송민규는 “우리가 한 팀으로 잘 가고 있다는 걸 몸소 느끼고 있다. 누군가 실수하면 다른 사람이 희생한다. 선수 모두 초반엔 ‘될까?’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슈퍼스타는 없다, 공동의 책임감으로

결승골 주인공 클리말라는 서울이 지난시즌과 달라진 궤적을 묻는 말에 “포지션별 선수의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제시 린가드가 있었다. 너무나 환상적인 선수여서 늘 ‘린가드가 해주겠지?’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여도 매 경기 마법을 부릴 수 없다. 이번시즌엔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장’의 생각도 같다. 김 감독은 “서울은 1983년 출발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팀이다. 많은 선수가 오가며 문화가 형성됐다. 다만 이전까지 슈퍼스타가 정체성을 만들고 다른 선수가 따르는 형태였다. 지금은 모든 선수가 정체성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상반기 서울을 대표한 또 다른 특급 스타인 기성용을 포항으로 보내면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서포터 ‘수호신’의 일부 구성원에게도 야유받았다. 하지만 스타 중심 리더십을 없애고 공동의 책임감을 불어넣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큰 압박감을 느낀 시기였지만 1년 만에 야유는 환호로 바뀌었다. 전술 역시 4-4-2 틀에 머물지 않고 윙어와 풀백의 유기적인 위치 변화로 지향하는 빠른 공수 전환을 끌어내고 있다. 전북전에서는 원하는 수준의 경기력은 아니었지만 선수의 강한 집념을 끌어내며 승전고를 울렸다. ‘강팀의 정석’이다.

여기에 3만4068명의 구름 관중이 상암벌을 채웠다. 이번시즌 단일 경기 최다 관중 기록이다. 2024년 K리그1 사상 최초 단일 시즌 50만 관중(유료 집계 기준)을 돌파하는 등 어려운 시기에도 흥행 역사를 지속한 서울은 김 감독과 계약이 끝나는 올해 성적까지 꽃을 피우고 있다. 이런 기세라면 2016년 이후 10년 만의 우승컵은 물론 꿈의 평균 관중 3만 시대도 충분히 그릴 만하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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