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구 역투로 개인 최다 투구수 경신… 무사 만루 위기 넘긴 ‘강심장’
이숭용 감독의 전폭적 신뢰 “네 공을 믿어라”… ‘99년생 동기’ 고명준·조형우와 승리 합작
[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SSG 랜더스의 개막 2연전 싹쓸이 소식보다 더 고무적인 것은, 승리 투수가 된 김건우의 입에서 나온 ‘미안함’이다. 5이닝 2실점, 승리 투수라는 결과에 안주하지 않고 “불펜 과부하를 막지 못해 아쉽다”고 말하는 24세 투수의 태도는 SSG가 왜 김건우를 ‘차세대 에이스’로 낙점했는지, 그 이유를 단번에 증명해 보였다.

김건우에게 2선발이라는 보직은 단순히 선발 로테이션의 순서가 아니다. 그것은 ‘에이스 김광현’이라는 거대한 상징을 나눠 짊어져야 한다는 책임감의 표식이다. 3회 무사 만루 위기에서 도망가지 않고 정면 승부를 택한 배짱은 그가 이미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주전 선발의 궤도에 올랐음을 증명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숭용 감독의 ‘믿음 경영’과 김건우의 ‘응답’이다. 이 감독은 김건우에게 특별한 기술적 지시 대신 “네 공을 던져라”는 짧고 강한 신뢰를 보냈다. 투수가 마운드 위에서 자신을 믿기 시작할 때 어떤 위력을 발휘하는지, 김건우는 개인 최다인 95구의 뿌리며 감독의 신뢰에 역투로 화답했다. 개인 최다 투구수를 경신하면서도 체력적 한계를 느끼지 않았다는 그의 말은 올 시즌 SSG의 최대 변수인 ‘이닝 이팅(Inning-eating)’에 대한 희망적인 신호탄이다.
조형우, 고명준 등 동기들과 함께 승리를 일궈내며 ‘랜더스 육성’의 결실을 보여준 점도 값지다. 김광현의 공백은 분명 크지만,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젊은 투수의 등장은 팀 전체에 강력한 긴장감과 활력을 불어넣는다. 2026년 인천 마운드의 주인공은 더 이상 베테랑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김건우라는 새로운 태양이 뜨기 시작했다. white2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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