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140km 안 나와도 노련미는 ‘압도적’… 삼성전 4이닝 3실점 역투
김영웅에게 허용한 ‘피홈런 2방’이 뼈아픈 이유… “가운데 몰리면 정규시즌 위험”
[스포츠서울 | 정동석 기자] 야구에서 시속 133km의 직구는 통상 ‘느린 공’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 공이 양현종의 손끝을 떠나 스트라이크 존 구석을 찌를 때, 그것은 타자를 얼어붙게 만드는 ‘치명적인 무기’가 된다. 23일 삼성전에서 양현종이 보여준 투구는 프로 20년 차 베테랑이 구속의 한계를 어떻게 지략으로 극복하는지를 증명해주었다.

양현종은 이제 스피드로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가 아니다. 대신 그는 타자의 심리를 읽고 투구의 완급을 조절하는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 1회에 직구를 보여주고 2회에 변화구 폭탄을 던지는 그의 투구 패턴은 정규시즌에서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11년 연속 150이닝을 치루어낸 ‘대투수’의 위엄은 바로 이 영리함에서 나온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드러난 ‘실투’는 양현종이 올 시즌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김영웅에게 허용한 두 개의 홈런은 모두 제구가 흔들려 한가운데로 몰린 공이었다. 구속이 떨어진 투수에게 실투는 곧 ‘장타’를 의미한다. 정교한 코너워크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그의 노련한 볼 배합도 어려울 수 있다.
결국 2026년 양현종의 성적표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 달렸다. 체력이 떨어지는 경기 후반, 혹은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집중력을 유지하며 실투를 줄이느냐가 관건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이기에 누구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터다. 실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순간, 양현종은 다시 한번 KIA의 가을야구를 이끄는 가장 확실한 카드가 될 것이다. white21@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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