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한국 이야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 만든 작품이라는 의미를 넘어, 한국의 정서와 문화가 서사의 중심에 놓인 콘텐츠들이 연이어 성과를 내고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사례가 서로 다른 영역에서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애니메이션, 영화, 음악이라는 장르는 공통된 전략이 있다. 세계 시장을 겨냥하면서도 한국의 문화적 뿌리를 이야기의 중심에 놓았다는 점이다.

한동안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는 ‘보편성’을 강조하는 흐름이 강했다. 특정 문화에 너무 깊게 뿌리를 두면 해외 관객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K콘텐츠의 흐름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오히려 정체성이 뚜렷할수록 경쟁력이 생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핵심은 문화의 ‘현지성’이다. 한국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냈을 때 오히려 글로벌 관객이 더 신선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불을 붙인 작품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다. 이 작품은 K팝 아이돌이 악령과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설정만 보면 전형적인 글로벌 콘텐츠처럼 보이지만, 실제 서사 곳곳에는 한국 문화가 촘촘하게 녹아 있다. 목욕탕, 한의원, 길거리 음식 같은 생활문화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캐릭터의 정서 역시 한국적 감수성을 기반으로 한다.

성과는 수치로 확인됐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공개 이후 넷플릭스 글로벌 차트에서 장기간 상위권을 유지했다. 누적 시청 수는 5억 회를 넘어섰다. 이 기록은 넷플릭스 역사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OST 역시 화제를 모았다.

영화 속 주제가 ‘골든’은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정상에 오르며 K팝 기반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작품은 골든글로브와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등 주요 시상식에서도 상을 받았다. 넷플릭스는 공동 연출자인 메기 강, 크리스 아펠한스 감독과 파트너십을 맺고 속편 제작까지 확정했다.

극장가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졌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그 사례다. 역사적 소재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조선 시대 단종의 유배지 청령포를 배경으로 한다. 왕위에서 쫓겨난 어린 군주와 그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 역사 드라마다. 거대한 전투나 화려한 스케일 대신 인물 간 관계와 감정을 섬세하게 풀어낸 서사가 공감을 끌어냈다.

결과는 극장 흥행으로 이어졌다. ‘왕과 사는 남자’는 국내에서 1300만 관객을 넘기며 올해 영화계 최대 흥행작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의미 있는 점은 해외에서도 반응이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북미에서는 미국과 캐나다 50개 도시 이상에서 상영되며 관객을 만났다. 개봉 2주 차 매출은 179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최근 북미에서 개봉한 한국 영화들과 비교해도 높은 성적이다. 상영관 수도 150개 수준까지 확대되며 K무비의 존재감을 다시 보여줬다.

흐름은 음악 시장에서도 이어진다. 방탄소년단이 새 앨범 ‘아리랑(ARIRANG)’으로 컴백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은 한국 민요 ‘아리랑’을 제목으로 삼았다.

팀의 정체성과 한국적 정서를 음악적으로 풀어낸 프로젝트다. 이미 컴백 공연 티켓 예매 단계부터 관심이 뜨겁다.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컴백 라이브 공연은 예매 시작과 동시에 매진됐다. 공연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될 예정이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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