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제주=김용일 기자] “고민이 많다.”
여섯 시즌 연속으로 여자 프로당구 LPBA 월드챔피언십 결승 진출 대기록을 쓴 ‘당구 여왕’ 김가영(하나카드)은 오히려 고개를 푹 숙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혹독하게 자신을 채찍하는 스타일이지만 이번엔 정말 고민이 많아 보였다. 마음을 다 잡으며 월드챔피언십 3연패를 정조준한다.
김가영은 14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25~2026시즌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제주특별자치도 월드챔피언십’ LPBA 4강전에서 김세연(휴온스)을 상대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4-3 역전승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그는 앞서 에스와이 동료 이우경을 4-2로 누른 한지은과 익일 오후 4시 같은 장소에서 결승전을 치른다.
월드챔피언십은 한 시즌 모든 정규투어를 마친 후 열리는 왕중왕전 격인 대회다. 상금랭킹 상위 32인만 참가할 수 있다. LPBA 우승 상금은 1억. 김가영은 2020~2021시즌 월드챔피언십이 시작한 이후 한 번도 빠짐없이 6년간 결승에 올랐다. 그중 세 번 우승했는데, 2023~2024시즌과 2024~2025시즌 연속 정상에 오른 적이 있다. 이번에 3연패에 도전한다.
그는 경기 직후 “내려놓으려고 한다. ‘연속 기록’ 등 관심 가져주시는 것에 감사하나 스스로 못 들은 척하려고 한다”고 웃었다.
김세연은 월드챔피언십 초대 대회 결승에서 김가영에게 패배를 안긴 적이 있다. 이날 김가영이 1,2세트를 따내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김세연이 매섭게 추격하며 세트 스코어를 한때 3-2로 뒤집었다. 그러나 김가영은 여왕답게 위기 속 더욱더 강해졌다. 6세트를 11-5로 따낸 데 이어 운명의 7세트에 자신 있는 뒤돌리기 대회전 등을 묶어 초반 점수 차를 벌리며 11-7 승리를 거뒀다. 반면 선공의 김세연은 초구를 놓치는 등 승부처에서 부담을 느끼는 흔적이 짙었다.
김가영은 “너무 경직돼 있었다. 생각을 안 하면서 칠 순 없는데, 너무 많이 하면 몸이 안 움직인다. 하루하루 테이블 상태가 달라지는 데 오늘은 ‘이게 뭐지?’ 싶은 게 많았다”고 돌아봤다. 실제 이겼지만 애버리지 1.074로 평소보다 저조했다. 그는 “실수할 때 내가 잘못한 것인지, 테이블이 (내 생각과) 다른 건지 판단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다”며 “만족보다 아쉬운 게 많다”고 했다.
당장 익일 낮에 결승전을 치러야 하는 만큼 돌아볼 여유도 없다. 게다가 상대는 조별리그에서 패배를 안긴 한지은이다.
하지만 투어 통산 17회 우승을 차지한 김가영은 이날 경기처럼 위기 때 관록을 발휘한다. 그는 “최근 베스트 컨디션은 아니다. 훈련을 게을리하는 건 아닌데 생각이 많고, 어떻게 해야 발전할지 고민을 끊임 없이 하게 된다”며 “이런 업다운이 좋은 선수가 되는 과정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은이에게 조별리그에서 졌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지은이가) 잘 치고 내가 못 쳤으니 진 것이다. 내일도 잘 치는 사람이 이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음은 김가영과 일문일답
- 결승 진출 소감은?
아직 살아있음에 감사하다.(웃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디부터 정리해야 내일 좋은 모습을 보일지 생각하게 된다.
- 경기가 잘 안 풀리는 시점이 있었다. 그러다가 후반부에 미소 짓기도 했는데.
솔직히 말하면 (경기가) 풀려서 웃은 게 아니라, 풀려달라고 웃은 것이다. 너무 경직돼 있었다. 공 초이스도 보수적으로 했다. (경기가 안 될 땐)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다.
- 어려웠던 점은?
생각을 안 하면서 칠 순 없는데, 너무 많이 하면 몸이 안 움직인다. 하루하루 테이블이 다르다. 어느날은 생각한 대로 (공이) 가서 여유롭고 다양하게 (스트로크를) 구사를 하는 것 같다. 반면 (오늘처럼) 생각대로 안 되면 ‘이게 뭐지?’ 한다. 실수할 때 내가 잘못한 것인지, 테이블이 다른 건지 판단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쓴 것 같다.
- 여섯 시즌 연속 결승 진출 역사를 썼는데.
계속 내려 놓으려고 한다. ‘연속 기록’ 등 관심 가져주시는 건 감사한데, 스스로 못 들은 척하려고 한다. (그동안) SK렌터카 월드챔피언십이었는데 올해 ‘하나카드 하나캐피탈’ 대회다. 하나카드 대회에서 한 번도 잘 한 적이 없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꾸역구역 여기까지 왔다. 월드챔피언십 6회 연속 결승에 오른 건 운이 좋았다고 본다.
- 조별리그에서 만난 한지은과 다시 만나는데?
(한)지은이에게 지지 않았느냐. 갑자기 또 이상한 생각이…. (한지은이) 잘 치고 (내가) 못 쳤으니 졌다. 내일도 잘 치는 사람이 이길 것이다.
- 우승 경험이 많은데.
최근 베스트 컨디션은 아니다. 훈련을 게을리하는 건 아닌데 생각이 많고 어떻게 해야 발전할지 고민을 끊임 없이 한다. 이런 업다운이 좋은 선수가 되는 과정이라고 믿는다. 다만 요즘 경기 내용은 만족보다 아쉬운 게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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