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해피엔딩이길 바랐지만, 예정된 결과를 바꾸지는 못했다.
한국은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0-10 7회 콜드게임 패했다. 9일 호주를 상대로 절묘한 투타 조화를 뽐내며 ‘로드 투 마이애미’를 완성했지만, 단 한 경기로 축제의 환희와 작별했다.

도미니카공화국은 자타공인 세계 최강팀이다. 탄탄한 기본기와 즐기는 플레이는 아시아 국가 출신 선수들이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강점이다. 일본 선수들도 기본기가 빼어나지만, 핀치에 몰렸을 때는 종종 실수를 한다. 이 실수에 발목을 잡혀 경기를 망치는 경우가 있다. 결과가 행동으로 이어지는 건 오롯이 즐기지 못하기 때문.
반면 도미니카공화국을 비롯한 라틴아메리카 선수들은 그 자리에서 툭툭 털고 일어난다. 이런 팀에 힘 한 번 못쓰고 패한건 분노나 아쉬움이 작동하기 어렵다. 깨끗이 승복하고, 이들의 강점을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것인지 연구할 기회를 잡은 것으로 생각하는 쪽이 현실적이다. 고개숙일 필요 없다는 뜻이다.

선수들이 할 수 있는 노력은 그저 ‘건강한 몸상태’를 만드는 게 최선이다. 기술을 습득할 준비가 우선이라는 뜻이다. 코치진이 옳은 방향을 잡아줘도 듣지 않으면 무소용이다. 플레이 결과로 드러난 숫자에 매몰돼 숫자를 만드는 과정을 간과하는 건 멍청한 짓이다. 야구 통계가 크게 유행하면서, KBO리그는 올바른 플레이보다 기계가 추출하는 숫자에 집착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렇다고 선수들을 바른 방향으로 끌어주는 코치가 많은 건 또 아니다. 하루살이 인생인 코치들로서는 선수들의 기분을 맞춰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 동시에 감독 눈치도 봐야한다. 등 터지기 일보 직전인 새우꼴이니, 코치가 (1군 주축) 선수에게 기술적 조언을 하는 건 목숨걸고 하는 일인 셈이 된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쓸 선수가 한정돼 있으니 다그치거나 질책할 수 없다. 선수 숫자는 풍족하지만, 경기 결과를 만들 자원은 극소수다. 한 번 1군에 뿌리 내리면 부상 등으로 낙마하지 않는 이상 고목처럼 서 있는 게 당연한 리그가 됐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정한 일정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게 현실이다. 햔국야구위원회(KBO)는 KBSA 역할을 떠맡을 생각이 없다. 국내 야구 대표 기구들의 반목, 엘리트 선수 학부모들의 지나친 간섭 등이 좋은 지도자 양성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한국 스포츠 경쟁력은 빼어난 지도자가 시작점이다. 펜싱 배드민턴 양궁 쇼트트랙 등 세계를 주름잡는 종목은 꾸준히 좋은 지도자가 배출된다. 심지어 수출도 한다. ‘유튜브 코치님’에 빠진 선수를 탓하기 전에 한국 야구의 지도자 육성 시스템은 잘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게 먼저다. 지도자 역량이 발전하지 않는 한 한국 야구는 세계정상급으로 올라설 수 없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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