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캡틴’은 정신력을 강조했다. “고교와 성인의 싸움이 아니”라며 동등한 입장이라고 역설했다. 이름값에 주눅들지 않고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을 잊지 않으면 붙어볼 만하다는 자기 최면이다.
17년 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라운드에 진출한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주장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가 8강전 각오를 “패기와 기세로 맞붙겠다”는 말로 다졌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포진한 도미니카공화국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이정후는 1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WBC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 선수들이 최고의 선수와 상대하는 것 자체가 큰 자산이자 행복”이라며 “앞으로 좋은 성적을 낼 동생들이 많이 등장해 (예년보다) 즐겁게 경기하고 있다. 경험과 관록보다는 패기와 기세로 경기를 치르는 느낌이 크다. 덕분에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WBC 대표팀은 선수단이 ‘팀 코리아 정신’으로 똘똘 뭉친 인상을 풍긴다. 일본 도쿄에서 치른 C조 예선에서도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이겨내고 마이애미행 전세기 티켓을 거머쥐었다.

선발 투수가 갑작스러운 팔꿈치 통증으로 조기강판하자 최선참(노경은)이 “형이 막아줄게”라고 다독인 뒤 혼신의 역투로 2이닝을 무결점으로 먹어치웠고, 기적적인 승리를 따낸 기쁨에 공중으로 던져버린 역사적인 ‘마지막 아웃카운트 볼’을 침착(?)하게 받아 뒷주머니에 꽂아 넣은 문현빈의 행동 등은 선수단이 하나로 똘똘 뭉쳐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다.

어느새 대표팀 터줏대감이자 주장이 된 이정후도 이번 대표팀 분위기가 어느 때보다 좋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2023년 WBC 때도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올해 함께 한 멤버들의 운과 기운이 더 좋은 것 같다”며 연봉이나 지표성적 이상의 기량을 발휘하는 비결을 공개(?)했다.
8강에서 맞붙을 도미니카공화국은 이번대회 강력한 우승후보다. 메이저리그 올스타 팀으로 봐도 무방한 라인업이다. 선발로 나설 카를로스 산체스(필라델피아)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사이영상 2위를 차지한 왼손 파이어 볼러. 상하 움직임이 심한 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중심으로 반대 궤적으로 크게 휘는 슬라이더를 가미하는 까다로운 투수다.

타선도 만만치 않다. 후안 소토(뉴욕 메츠)와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패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매니 마차도(이상 샌디에이고), 케텔 마르테(애리조나) 등 올스타 멤버들이 포진했다. 조별리그에서도 팀 타율(0.313) 득점(41개) 타점(40개) 홈런(13개) 1위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힘을 과시했다.
지표성적상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상대인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정후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그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같은 프로야구 선수라는 것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교선수와 성인의 대결이 아니라 성인대 성인으로, 국가별 최고 선수들이 모인 곳에서 싸운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한국 대표팀에도 빅리거가 포진해 있다. 빅리그를 경험한 선수들이 KBO리그 선수들에게 상대 정보와 노하우 등을 아낌없이 전수한다. 여기에 강한 메시지도 담는다. 이정후는 “내일, 오늘 경기를 돌아봤을 때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하자는 얘기를 계속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선을 다했다는 확신이 있으면, 그래서 돌아본 경기에 후회가 남지 않으면,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 새 가장 젊은 대표팀이 ‘한국야구 전성기’ 때 즐겨쓰던 ‘정신력 야구’를 다시 꺼내들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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