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대표팀, 17년 만에 WBC 8강 진출

호주전 ‘5점차 승리·2실점 이하’ 조건 충족

‘KBO 3인방’ 웰스-데일-홀 뜻밖의 조력

올시즌 반등 여부도 관전 포인트

[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말 그대로 웃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우여곡절 끝 17년 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진출 티켓을 따낸 가운데, 호주 KBO 3인방이 자국엔 아쉬움을, 소속 리그엔 뜻밖의 기쁨을 안겼다.

‘류지현호’가 4대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서 기사회생했다.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호주전에서 7-2로 승리하며 8강 결선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5점 차 이상 승리’와 ‘2실점 이하’라는 실낱같은 경우의 수를 뚫고 극전인 드라마를 만들었다.

호주는 이번 대회에서 대만·체코를 격파한 데 이어 일본과 접전을 벌이는 등 새로운 복병으로 떠올랐다. 2승2패를 기록하며 대만·한국과 동률을 이뤘는데, 최소 실점률에서 밀리면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라클란 웰스(LG)와 제리드 데일(KIA), 알렉스 홀(울산 웨일즈)을 앞세웠으나 역부족이었다.

호주 입장에선 지난시즌 키움에서 활약한 웰스의 부진이 뼈아팠다. 호주 대표팀은 웰스를 한국전 선발로 낙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한국 선발로는 팀 동료 손주영이 나서 ‘집안싸움’으로 화제를 모았다. 공교롭게도 웰스를 울린 건 ‘문보물’ 문보경이었다.

1회초 삼자범퇴로 출발한 웰스는 2회초 문보경에게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30m짜리 선제 홈런을 허용했다. 이후 제구 난조로 볼넷을 내주며 조기 강판당했다. 소속팀 LG에도 ‘웃픈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대표팀의 8강 진출을 결정지은 건 9회초였다.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던 8회말, 추가 실점을 한 탓에 6-2가 됐다. 다음 라운드 진출을 위해선 1점이 더 필요한 상황. 올시즌부터 KIA에서 뛰는 데일의 치명적인 수비 실책이 나왔다.

김도영이 볼넷 출루한 1사 1루에서 이정후의 땅볼 타구를 병살로 처리하려다 치명적인 악송구를 범했다. 그 사이 1사 1·2루가 됐고 안현민의 희생타점으로 극적인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올해 아시아쿼터 선수로 유일하게 투수가 아닌 야수를 선택한 KIA 입장에선 아찔한 순간이었을 법하다.

울산 창단 멤버인 홀은 경기 내내 존재감이 미미했다. 8회말 추가 득점 기회에서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아쉬움을 남겼다. 경기 막판 포수로도 나섰지만,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호주 KBO 3인방이 ‘WBC 한국전 악몽’을 떨쳐내고 반등할 수 있을지도 올시즌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ssho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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