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동현 기자] 도쿄의 기적이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그 어려운 바늘구멍을 뚫어냈다. 9일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C조 호주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8강 진출의 잔혹한 ‘경우의 수’ 스코어 5-0, 6-1, 7-2를 다 거쳤다. 최종 스코어 7-2. 이렇게 똑 떨어지게 끝낼 수가 있을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요기 베라의 야구 명언을 소환한 경기였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K드라마보다 더 극적인 K베이스볼이었다.

그 중심에 ‘한국의 보물’ 문보경(26·LG)과 ‘캡틴 코리아’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가 있었다. 17년 만에 WBC 8강에 진출하며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지킨 두 주인공이다.

◇마법의 주문 “할 수 있다”

문보경은 2회 초 선제 2점 홈런으로 기적의 서막을 알렸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동료들에게 수차례 “할 수 있다”고 외쳤다. 2016 리우올림픽 펜싱 금메달 박상영을 떠올리게 하는 마법의 주문이었다.

9회 말 마지막 아웃을 잡아낸 뒤에는 미트를 하늘 높이 내던졌다. 지난해 소속팀 동료 유영찬(29·LG)이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글러브를 집어던진 세리머니를 똑같이 재현했다.

경기가 끝난 뒤 문보경은 “소속팀 LG가 우승했을 때보다 더 좋았다”며 벅찬 감정을 드러냈다. ‘LG의 보물’에서 ‘한국의 보물’이 됐다는 찬사에는 “애국가 (배경 영상)에 넣어 달라”고 재치 있게 화답했다.

기적의 마무리 ‘더 캐치’

주장 이정후는 위대한 수비로 한국을 구했다. 운명의 9회 말 1사, 릭슨 윈그로브가 친 우중간 잘 맞은 타구를 몸을 던져 잡아냈다. 그 공이 빠졌으면 한국은 바로 8강 탈락이었다. 올 시즌 소속팀 샌프란시스코에서 중견수 자리를 내주고 우익수로 옮겨 절치부심 준비한 게 빛을 본 순간이었다. 경기 뒤 이정후는 “조명에 공이 잠시 들어갔지만 행운이 따랐다”고 했다.

이보다 앞선 9회 초에는 가슴을 쓸어내리는 장면도 있었다. 1사 1루에서 때린 병살타성 타구가 투수 글러브에 맞고 굴절되며 유격수 제리드 데일(26·KIA)의 악송구 실책으로 이어졌다. 하마터면 참사의 장본인이 될 뻔했다가 끝내 도쿄의 기적을 완성했다.

경기 전 동료들에게 “마지막까지 해보자”며 의지를 불어넣은 '캡틴 코리아' 이정후였다. 승리의 여신도 그의 간절한 기도를 외면하지 않았다.

야구 대표팀이 꿈에 그리던 전세기를 타고 미국 마이애미로 향한다. 모두가 하나 된 ‘비행기 세리머니’, 그 염원이 통했다. 대표팀은 오는 14일 오전 7시 30분 D조 1위(도미니카공화국 또는 베네수엘라)와 8강전을 치른다.

dh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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