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전 5점 차 이상 승리·2실점 이하 8강행

2022 카타르 월드컵 포르투갈전 떠올리자

‘1%의 희망’ 현실로 만든 저력 되새길 때

선발 손주영의 어깨에 걸린 운명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스포츠서울 | 도쿄=박연준 기자]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

벼랑 끝이다. 8일 대만전 연장 승부치기 패배로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으로 가는 길은 칠흑 같은 어둠에 갇혔다. 이제는 해묵은 ‘경우의 수’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우리가 언제부터 편안하게 승전보를 받아왔던가. 기적은 늘 절망의 끝자락에서 피어났다.

대표팀은 9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호주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현재 1승2패. 8강 토너먼트 진출을 위한 조건은 가혹하리만큼 까다롭다. 단순히 이기는 것으론 부족하다. 9이닝 기준 ‘5점 차 이상 승리’와 ‘2실점 이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한다. 실점률 싸움에서 대만을 앞서기 위한 유일한 통로다.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이다. 그러나 우리는 불과 4년 전, 카타르의 기적을 기억한다. 당시 축구 대표팀 ‘벤투호’는 1차전 우루과이전 무승부, 2차전 가나전 패배로 16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했다. 최종전 상대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티는 세계 최강 포르투갈이었다. 모두가 “이제 끝났다”고 말하며 포기한 순간, 태극전사들은 보란 듯이 2-1 역전승을 일궈내며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때 온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달궜던 구호가 바로 ‘중꺾마’였다. 1%의 가능성만 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 그것이 한국 스포츠의 근성이자 저력이다. 지금 류지현호에 가장 필요한 덕목 역시 바로 이것. 대만전 패배의 충격에 고개 숙일 시간이 없다. 호주라는 벽을 마주하고 부수면 된다. 카타르의 전사들이 보여줬던 그 독기를 다시 한번 품어야 한다.

운명의 호주전 선발은 왼손 손주영(LG)이다. 그는 앞선 일본전에서 불펜으로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아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잘 던져보겠다”고 했다. 한 번 믿어보자. 묵직한 속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호주 타자를 충분히 압도할 수 있다. 물론 불펜들의 짠물 투구도 필요하다. 결국 첫째도 제구, 둘째도 제구 우선이다. 호주 타선을 2실점 이하로 묶어내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또 무엇보다 타선이 터져줘야 한다. 5점 차라는 격차를 벌리기 위해선 김도영, 이정후, 위트컴, 존스 등상위 타선의 집중력이 절실하다. 체코전에서 보여준 화력을 호주 마운드 위에 쏟아부어야 한다.

야구는 9회 말 투아웃부터라는 격언이 있다. 승부의 여신은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자의 편을 들어준다. 비난과 실망은 잠시 접어두자. 지금은 선수들에게 ‘중꺾마’의 에너지를 불어넣어야 할 때다. 도쿄돔에서 다시 한번 기적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끝까지 한번 해보자.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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