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17년 만에 8강
경기 초반 변수 지워낸 노경은
류지현 “노경은 존경스럽다”

[스포츠서울 | 도쿄=박연준 기자]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2이닝을 완벽히 막아준 노경은에게 ‘존경한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 그의 헌신이 한국 야구를 살렸다.”
기적 같은 8강 진출을 일궈낸 대표팀 류지현(55) 감독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벼랑 끝에서 마주한 돌발 변수에도 굴하지 않고 마운드를 지켜낸 ‘베테랑’의 품격이 대단했다. 17년 묵은 한국 야구의 한(恨)을 풀어낸 가장 큰 역할을 해냈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C조 최종전에서 호주를 6-1로 꺾고 조 2위로 결선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했다. ‘5점 차 이상 승리·2실점 이하’라는 가혹한 운명을 극복해낸 순간이었다.

승리로 가는 길은 초반부터 험난했다. 선발 손주영이 1회를 마친 뒤 갑작스러운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온 것. 전략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류 감독이 선택한 카드는 노경은(SSG)이었다. 노경은은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한 채 급히 등판했음에도 노련한 투구로 2이닝을 무실점으로 지워내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경기 후 류 감독은 “노경은이 2이닝을 막아준 것은 기적에 가깝다. 감독으로서 존경스럽고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며 “손주영의 부상 소식을 듣고 시간을 벌어야 했던 긴박한 상황에서 노경은이 중심을 잡아준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존경스럽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공을 돌렸다.

류 감독은 이어 등판한 조병현, 박영현, 김택연 등 젊은 불펜진에 대해서도 격려를 잊지 않았다. 그는 “공격보다 어려운 것이 실점을 막는 것이었다. 투수 15명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텐데, 중압감 속에서도 젊은 선수들이 조화롭게 잘 이겨냈다”고 평가했다.
이날 승리가 한국 야구 전체의 승리라는 것이 류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감독 선임 직후부터 3월 대회를 위해 구단 캠프 전 대표팀 조기 캠프를 기획했다. KBO와 10개 구단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결과”라며 “모두의 진정성이 모여 만든 ‘인생 경기’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3개 대회 연속 탈락의 수모를 씻어내고 다시 세계 무대의 중심부로 진입한 류지현호. 류 감독은 “1라운드 운영이 정말 어려웠지만,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보여준 집중력에 경의를 표한다”며 “마이애미에서 열릴 2라운드에서도 이 기세를 몰아 한국 야구의 저력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비장한 출사표를 던졌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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