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K-푸드의 열풍이 전 세계의 식탁을 강타하는 가운데, 그 시선은 이제 K-푸드의 핵심 근간인 ‘발효’와 ‘미생물’로 향하고 있다. 대한민국 장 건강의 역사를 써 내려온 hy(구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가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이했다. 단순한 발효유 제조사를 넘어 글로벌 B2B 소재 기업이자 CDMO(위탁개발생산) 플랫폼으로 과감한 변신을 꾀하고 있는 hy의 현재와 미래를 듣기 위해 중앙연구소의 김용태 프로바이오틱스팀장과 양준호 연구기획팀장을 만났다.
◇ “균을 왜 사 먹냐”던 편견을 깬 반세기의 뚝심

1970년대, 식품업계에서 연구소라는 개념조차 희미하던 시절 hy는 업계 최초로 기업 부설 연구소를 설립했다. 김용태 팀장은 “초창기만 해도 ‘균을 왜 돈 주고 사 먹느냐’는 소비자들의 낯선 시선이 팽배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hy 중앙연구소는 한국인 유래 비피더스 균주 상용화를 시작으로 유산균의 과학적 연구에 매진했다.
그 결과 ‘위 건강엔 윌’, ‘간 건강엔 쿠퍼스’ 등 소화 기관을 넘어선 ‘기능성 발효유’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창출해 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프로바이오틱스 균주의 국산화를 선도하며, 공장 품질 관리 수준에 머물던 식품 연구소의 위상을 첨단 바이오 과학의 산실로 끌어올린 것이다.
◇ 경쟁사에 문호 개방…글로벌 CDMO를 향한 B2B 플랫폼 전환

최근 hy의 가장 눈에 띄는 행보는 자사 제품 생산을 넘어 경쟁사에게도 기능성 균주를 판매하는 ‘B2B 소재 기업’으로의 탈바꿈이다. 양준호 팀장은 이러한 결정적 계기에 대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규모적 한계를 극복하고, 트렌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직접 개발한 우수 균주를 여러 업체에 공급함으로써 시장 저변을 넓히고, 업계의 외산 균주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hy는 인프라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평택 1공장에 이어 최근 충남 논산에 대규모 2공장을 가동했다. 두 공장 모두 높은 가동률을 기록 중임에도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원료 개발부터 반제·완제 생산, 물류까지 아우르는 원스톱 프로세스를 구축해,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위탁개발생산) 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 양 팀장의 청사진이다.
◇ 소화기를 넘어 전신으로…‘장-기관 축(Gut-Organ Axis)’의 과학
hy가 그리는 유산균의 미래는 단순히 ‘장 건강’에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학계의 뜨거운 화두인 ‘장-기관 축(Gut-Organ Axis)’ 이론을 바탕으로 미생물과 전신 건강의 상관관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김 팀장은 “우리 몸의 면역 세포 70%가 장에 분포되어 있어, 장은 단순한 소화 기관을 넘어 최전선 면역 기관”이라고 강조했다. 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이 혈관을 타고 뇌로 전달되어 자폐 스펙트럼 장애나 알츠하이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반대로 피부 건강이나 근육 재생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수많은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hy는 체지방 감소, 피부 건강은 물론 스트레스 완화와 인지 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특화 균주들을 지속적으로 발굴 및 상용화하고 있다.
◇ 한계 없는 확장성, ‘포스트바이오틱스’와 하이브리드 K-소재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제형 혁신과 소재의 융합도 활발하다. 특히 주목하는 분야는 살아있는 균의 한계를 극복한 ‘포스트바이오틱스(사균체 및 대사산물)’다. 김 팀장은 “생균은 보관 온도나 제형의 제약이 크지만, 포스트바이오틱스는 가열해도 기능이 유지되어 상온 보관 음료나 심지어 요리에도 적용할 수 있다”며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언급했다.
여기에 한국의 전통 발효 기술을 접목한 하이브리드 소재 개발도 무기다. 흡수율이 사람마다 다른 홍삼을 유산균으로 체외 발효시켜 누구에게나 일정한 효능을 발휘하도록 만든 ‘발효 홍삼’, 근력 개선에 도움을 주는 ‘발효 녹용’ 등이 대표적이다. 서구권에서는 낯선 ‘복합 발효’의 풍미와 효능이 K-푸드의 융합 경쟁력으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까다로운 글로벌 규제의 벽은 압도적인 데이터로 넘고 있다. 양 팀장은 “해외 진출의 핵심은 결국 기능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hy가 축적한 임상 데이터의 규모와 완성도는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도 우위에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 FDA의 NDI(신규 건강기능식품 원료) 및 GRAS 인정을 연이어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 ‘슬로잉 에이징(Slowing-Agin)’ 시대, 초개인화 맞춤형 솔루션을 향해

초고령화 시대, 대중의 관심은 이제 질병 치료를 넘어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슬로잉 에이징(Slowing-Agin)’에 집중되어 있다. 두 팀장은 개인마다 다른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맞춰 솔루션을 제공하는 ‘초개인화 프로바이오틱스 시대’가 머지않아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는 혈압 수치의 기준이 데이터 축적으로 정립되었듯, 마이크로바이옴 분야 역시 방대한 데이터가 쌓이는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는 것이다.
반세기 동안 국민의 아침을 열어온 발효유 기업. hy는 이제 단순한 소화 개선 이미지를 벗고, 인체의 근본적인 면역과 건강을 설계하는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리딩 기업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 발굴한 균주와 고유의 발효 기술이 전 세계인의 ‘100세 건강’을 책임질 K-브랜드로 굳건히 자리 잡을 날이 기대된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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