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불안’ 박동원

박동원 마스크 쓰니, 투수진 홈런 허용 多

김형준 카드가 필요하다

[스포츠서울 | 도쿄=박연준 기자] 도대체 언제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 안방의 안정감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8강 진출의 사활이 걸린 단판 승부에서 노출된 포수 박동원(36·LG)의 한계가 보이는 듯하다.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 수비 안정감과 영리한 리드를 갖춘 김형준(27·NC) 카드를 써야 할 때다.

박동원이 마스크를 쓴 경기에서 우리 투수진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홈런포에 무너졌다. 특히 상대의 심리와 노림수를 읽지 못한 단조로운 볼 배합은 화를 자초하는 ‘독’이 됐다.

지난 7일 한일전이 대표적이다. 3-0으로 앞선 1회말, 고영표의 체인지업에 전혀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던 스즈키 세이야를 상대로 풀카운트에서 굳이 몸쪽 승부를 고집하다 2점 홈런을 허용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선발 투수를 다독이고 냉정함을 유지하게 해야 할 포수가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3회말 오타니 쇼헤이와 승부 역시 뼈아팠다. 잠수함 투수를 상대로 몸쪽과 높은 쪽만 겨냥하던 오타니에게 굳이 3구째 몸쪽 커브를 선택한 것은 ‘공식’을 무시한 처사였다. 실투성 공이었다고는 하나, 힘 있는 좌타자에게 몸쪽 느린 변화구는 홈런을 상납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어진 스즈키와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허용한 백투백 홈런 역시 타자의 타이밍을 뺏지 못한 ‘단조로운 변화구’ 선택이 화근이었다.

국제대회는 데이터 이상의 ‘흐름’을 읽는 감각이 필요하다. 실전에서 감지되는 변수를 막고 투수를 이끌어야 할 안방마님이 수 싸움에서 밀리니 마운드 전체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타격 부진까지 겹쳤다. 박동원은 이번 WBC에서 타율 0.125, OPS 0.472라는 참담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공격형 포수라는 기대가 무색하게 승부처마다 침묵하며 공격 흐름을 끊는 주범이 됐다.

이제 남은 것은 호주전뿐이다. 호주전은 화력전보다 실점을 최소화하는 ‘짠물 야구’를 펼쳐야 한다. 여기서마저 패한다면 한국은 ‘4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귀국길에 올라야 한다.

류지현 감독은 ‘믿음’ 대신 ‘현실’을 봐야 한다. 수비와 투수 리드에서 이미 검증을 마친 김형준을 선발로 내세워 안방부터 재정비해야 한다. 흔들리는 안방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한국 야구의 마이애미행 꿈은 도쿄돔의 차가운 바닥에 그대로 묻히게 될 공산이 크다.

벼랑 끝이다. 다득점-최소실점 요건까지 붙었다. 김도영, 이정후 등 칠 선수는 있다. 수비 안정이 필수다. 특히 마운드가 중요한 만큼 포수 역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확신’이 없다면 변화를 꿰해야 한다. 앞선 경기에서 필요성은 확인했다. 김형준 카드가 반전의 시작점일 수 있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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