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로맨틱 코미디 장르, 웹소설 원작, 만화적 설정이 강한 남자 주인공. 자칫 과장되면 설득력을 잃고, 힘을 빼면 밋밋해질 수 있는 구조였다.

tvN 드라마 ‘스프링 피버’는 차가운 태도의 교사 윤봄(이주빈)과 직진형 남자 선재규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된 로맨스다. 안보현이 연기한 선재규는 재력과 체격, 추진력을 갖춘 인물이다. 동시에 오지랖이 넓고 감정 표현에 솔직하다. 설정만 보면 비현실적이다. 그래서 더 현실에 붙여야 했다. 안보현은 이번 작품을 통해 ‘얼마나 보여줄 것인가’보다 ‘어디까지 덜어낼 것인가’를 고민했다.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난 안보현은 “생전 보지 못한 눈빛을 보내거나, 벤치를 들고 고장이 나는 듯한 촌스러운 모습이 재규의 진심이다. 첫사랑의 감정 앞에서 서투른 모습을 설계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사투리였다. 부산 출신이지만, 극 배경은 포항이었다. 실제 생활에서 쓰는 말과 대본 속 사투리 사이에는 결이 달랐다. 특히 문어체 대사를 사투리로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읽을 땐 괜찮은데 말로 하면 어색했어요. 친구들도 이상하다고 했고 어머니도 처음엔 낯설다고 하셨죠. 그런데 자막대로 읽어보면 그렇게 쓸 수밖에 없는 구조더라고요. 그 사이를 메우려고 애드리브를 많이 했어요.”

현장에서는 같은 지역 출신 배우들과 사투리로 호흡을 맞췄다. 때로는 통역 역할도 했다. 외형 역시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원작 표지 이미지에 대한 기대를 의식했다. 다만 과도한 근육질보다는 ‘생활형 장사’에 가까운 체격을 택했다. 4kg가량 증량과 감량을 반복하며 화면 테스트를 거쳤다. 의상은 수십 차례 피팅 끝에 맞춤 제작으로 방향을 잡았다.

“복근이 강조된 몸은 현실성이 떨어질 것 같았어요. 타고난 체격처럼 보이길 원했죠. 옷도 세련되거나 화려하기보다 애매한 지점에 두려고 했어요. 등산복도 아니고 골프복도 아닌, 설명하기 어려운 스타일이요. 단순해 보여도 계산은 많이 했습니다.”

이주빈과의 호흡은 ‘덩치 케미’라는 말로 요약됐다. 체격 차이가 시각적 대비를 만들었고, 감정선의 방향성을 명확히 했다는 분석이다. 로맨스 장면에 대한 반응도 뒤따랐다. 일부에서는 수위가 높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는 선을 그었다.

“TV 드라마니까 제작진도 충분히 조절했죠. 저는 수위가 높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렇게 느끼셨다면 감정선이 잘 전달됐다는 의미 아닐까요. 얼굴합이 좋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정확한 기준은 모르겠지만, 체격에서 오는 안정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주빈 씨가 SNS에 사진 올려도 되냐고 해서 마음껏 하라고 했죠. 과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 같아 고마웠습니다.”

작품은 최종회에서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5.7%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로 마무리됐다. 글로벌 OTT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했다. 수치 이상의 성과는 반응이었다. “선재규는 안보현 말고는 떠오르지 않는다”는 평이 반복됐다. 그는 이 반응을 ‘자신감의 계기’라고 표현했다.

“이렇게까지 한 인물로 기억된 적은 처음이었어요. 사실 들어가기 전부터 잘해낼 수 있다는 생각은 있었죠. 만화적 요소가 많아서 구현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안보현이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거든요. 그게 부담이면서도 동력이 됐어요. 한 캐릭터가 사랑받았다고 거기에 머물 순 없죠. 다른 얼굴을 보여줘야죠. 그래도 ‘스프링 피버’는 제게 확신을 준 작품이에요. 따뜻한 작품을 또 하고 싶다는 생각도 처음 해봤고요.”

안보현은 2007년 모델로 데뷔했다. 활동 20년에 접어든 지금, 그는 작품마다 결을 달리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곧 ‘재벌X형사2’ 촬영에 들어가고, ‘신의 구슬’ 공개도 앞두고 있다.

“끈기, 이런 건 식상한 것 같고요. 재미인 것 같아요. 일하는 게 부, 명예가 아니라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직까지는 다양한 직업군, 여러 장르가 있는데 못 해본 게 많아서 거기서 오는 신선함도 있고 내가 하면 어떨까 궁금증도 있어요. ‘스프링 피버’로 조금은 자신감도 생겼어요. 악역을 ‘이태원 클라쓰’밖에 안 해봤어요. 악역도 제대로 해보고 싶어요. 배역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왕이면 할 수 있을 때 도전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요.”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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