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진짜와 가짜의 경계는 어디에서 결정될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레이디 두아’는 단순하지만 불편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죽음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욕망, 정체성, 우리가 믿어온 ‘진실’의 실체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레이디 두아’는 가짜일지라도 명품이 되고 싶었던 여자 사라킴(신혜선 분)과 그녀의 욕망을 추적하는 남자 무경(이준혁 분)의 이야기를 담은 총 8부작 시리즈다.
이야기는 청담동 한복판에서 발견된 한 여성의 시신으로부터 시작된다. 무경은 시신이 소지하고 있던 명품백을 토대로 이 여성을 글로벌 명품 브랜드 부두아의 아시아 지사장 ‘사라 킴’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될수록 그녀를 둘러싼 증언은 서로 충돌한다. 과연 무경이 추적하는 ‘사라 킴’은 누구일까.

극 중 사라 킴은 완벽한 외피를 둘렀다. 화려한 비주얼, 빈틈없는 태도, 그리고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 사회적 위치까지 갖췄다. 그러나 완벽해 보였던 일상은 치밀하게 구축된 허상이다.
사라 킴의 대사 “진짜와 구별할 수 없는데 가짜라고 할 수 있나요?”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이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가 진짜의 자리를 차지할 때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진위를 판단할 수 있을까.
‘레이디 두아’는 바로 이 윤리적 딜레마를 서사의 중심에 배치했다. 가짜는 타인을 속이고 거짓을 창조하며 질서를 교란한다는 점에서 법적·윤리적으로 분명한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작품은 이를 단순한 도덕적 판단으로 이용하지 않는다. 사라 킴이 창조한 세계는 아이러니하게도 설득력을 지닌다. 사라 킴의 선택은 범죄이면서 동시에 욕망과 생존의 서사다. 시청자는 비판과 이해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이러한 긴장감은 사라 킴과 무경의 관계에서 더욱 극대화된다. 두 인물은 심리적 대립을 이어간다. 사건의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인물 간 신경전은 더욱 팽팽해진다. 화려한 사건 전개보다 심리적 압박과 긴장에 무게를 둔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서사 구조다. 작품은 순차 진행 대신 사라 킴의 행적을 거슬러 올라가는 역순 방식을 택한다. 이 구조는 인물의 모호한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반영한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연출된 기억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탓에 일종의 심리적 미로가 된다.
물론 이러한 구조는 친절한 서사를 기대한 시청자에겐 진입 장벽이다. 특히 녹스 대표 정여진(박보경 분)이 사라 킴의 쇼핑을 회상하는 장면은 홍성신(정진영 분)이 김은재에게 쇼핑을 권유하는 장면과 중복된다. 이는 혼란을 유도한 의도된 장치로 읽힐 여지도 있지만 서사적 명확성 측면에선 아쉬움을 남긴다.

이 작품의 중심축은 단연 신혜선이다. 신혜선은 사라 킴을 끊임없이 변주한다. 가짜의 삶을 살아가는 불안, 진짜가 되고 싶은 집착, 완벽한 명품의 외피를 두른 냉정함까지 말투, 시선, 호흡, 걸음걸이의 미세한 변화로 전혀 다른 인물처럼 보이게 만든다. 신혜선은 각 캐릭터의 경계를 허물고 동일 인물 안에서 서로 다른 존재감을 만들어낸다.
‘레이디 두아’는 본질적으로는 인간의 욕망과 정체성을 다룬다. 극 중 ‘명품’이라는 상징은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욕망의 은유다. 여기에 치밀하게 설계된 서사, 긴장을 놓지 않는 심리전, 그리고 신혜선의 압도적인 표현력이 맞물렸다. 시청자마저 이야기 속 공범으로 끌어들일 정도의 몰입감과 긴장감이라면 진짜 같은 가짜에 기꺼이 속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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