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글·사진 | 다낭=원성윤 기자] 여행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화려한 숙소나 비싼 항공권이 아니다. 바로 ‘날씨’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다. 그런 의미에서 2월의 베트남 다낭은 여행자에게 축복과도 같은 시공간이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동남아의 여름은 ‘사투’에 가깝다. 35도를 웃도는 살인적인 무더위와 높은 습도는 여행자의 체력을 앗아간다. 하지만 겨울의 다낭은 다르다. 평균 기온 18~24도. 한국의 쾌청한 가을 날씨와 닮았다. 거리는 사색을 허락하고, 선선한 공기는 여유를 선물한다. 흐르는 땀을 닦아내는 대신 여행의 깊은 ‘통찰’을 주워 담기에 더없이 완벽한 시간. 지금 다낭은 쾌적한 날씨와 합리적인 비용이 만난, 여행자가 꿈꾸는 이상적인 ‘가성비’의 정점이다.









다낭의 랜드마크인 선짜 반도의 영흥사와 오행산을 예로 들어보자. 여름철 이곳을 방문하는 것은 흡사 극기훈련이다. 67m에 달하는 거대한 해수관음상을 보기도 전에,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 때문에 시야가 흐려진다. 오행산의 신비로운 동굴 탐험도 찜통더위 속에선 그저 빨리 탈출하고 싶은 고역일 뿐이다.
하지만 겨울 다낭은 이 고통스러운 등반을 ‘사색의 산책’으로 바꿔놓는다. 선선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영흥사에 오르면, 비로소 다낭 시내와 바다를 굽어살피는 해수관음상의 자애로운 미소가 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주는 여유는 여행자의 시선을 외부의 풍경에서 내면의 성찰로 돌려놓는다. 이것이 겨울 다낭이 주는 가성비, 바로 ‘체력과 감정의 효율’이다.
◇ 1만 원으로 누리는 ‘미슐랭의 품격’





‘경기도 다낭시’라는 친숙한 별명 뒤엔 반전 매력이 숨어 있다. 바로 압도적인 물가다. 한국 같은 편안함을 누리면서도 계산서를 받아들 땐 철저히 현지 가격이다. 겨울 비수기의 착한 항공권과 숙박비는 여행의 만족도를 더하는 덤이다.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미식(美食) 경험에서도 다낭의 ‘갓성비’는 빛을 발한다. 한국에서 1만 원(약 19만 동)은 점심 한 끼 해결하기도 빠듯한 금액이다. 하지만 다낭에서는 이 돈으로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식당의 메인 요리를 즐길 수 있다.
현지 맛집 ‘안토이(Ăn Thôi)’나 로컬 해산물 식당을 보자. 바삭하게 구워낸 반쎄오와 불맛 입힌 파인애플 볶음밥, 그리고 신선한 열대과일 디저트까지. 이 모든 것을 테이블 가득 차려놓고도 계산서는 가볍다. 다낭 3대 쌀국수 집에 꼽히는 포홍도 마찬가지. 쌀국수 라지 사이즈와 튀김빵 꿔이(Quẩy)까지 시켜도 한국돈 5000원 안팎으로 먹을 수 있다. 1만 원 한 장으로 누릴 수 있는 미식의 호사는 여행자의 만족감을 극대화한다. “여행은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 호이안의 밤, 낭만은 ‘온도’에서 온다





다낭 여행의 백미인 호이안 올드타운 역시 겨울에 그 진가를 발휘한다. 투본강을 따라 부는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소원배를 띄우고, 노란색 고가(古家) 사이를 여유롭게 거닐 수 있다. 땀 식힐 곳을 찾아 에어컨 있는 카페를 전전할 필요가 없다. 그저 거리에 앉아 연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여행은 결국 ‘타이밍’이다. 가장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가장 큰 만족과 깨달음을 얻는 것이야말로 ‘스마트한 여행’의 핵심이다. 땀방울과 싸우지 않고, 지갑 걱정 없이, 오롯이 나 자신과 풍경에 집중할 수 있는 곳. 당신이 지금 다낭행 티켓을 끊어야 하는 이유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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