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 쇼트+프리 273.92점 최종 4위

3위와 불과 0.98점 차, 통한의 점프 실수

“후회 없이 다 쏟았다”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밀라노의 밤, 음악이 멈춘 뒤에도 여운은 오래 남았다. 메달은 단 0.98점 차로 손끝에서 미끄러졌지만 연기는 마지막 스텝까지 빙판 위 깊은 흔적을 남겼다.

한국 남자 피겨 ‘간판’ 차준환(25·서울시청) 얘기다. 한 번의 넘어짐에도 다시 일어나 끝까지 프로그램을 완성한 그의 4분은, 점수표로는 다 담기지 않는 아름다움이었다.

차준환은 14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95.16점, 예술점수(PCS) 87.04점, 감점 1점으로 181.20점을 기록했다. 쇼트프로그램 92.72점을 더한 총점 273.92점. 최종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3위로 동메달을 차지한 사토 슌(274.90점)과는 단 0.98점 차.

‘광인을 위한 발라드(Balada para un Loco)’ 선율 속, 첫 쿼드러플 살코는 완벽했다. 공기마저 멈춘 듯한 착지. 그러나 이어진 쿼드러플 토루프에서 발이 흔들렸다. 그대로 빙판 위로 넘어졌다.

하지만 그는 곧바로 일어났다. 표정은 흔들렸지만 연기는 흔들리지 않았다. 남은 점프와 스핀, 스텝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기술은 정교했고, 감정은 깊었다. 프로그램이 끝난 뒤 그는 빙판 위에 주저앉았다. 고개를 떨군 채, 잠시 숨을 골랐다.

2018년 평창 15위, 2022년 베이징 5위, 그리고 밀라노에서 4위. 올림픽 무대에서 그는 매번 순위를 끌어올렸다. 비록 시상대는 닿지 않았지만, 올림픽 최고 순위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차준환은 결과보다 ‘과정의 성취’를 얘기했다. 그는 “프리에서 실수는 있었지만, 쇼트 때 말한 것처럼 모든 걸 쏟아붓고 나왔다. 순위는 아쉽지만 과정에는 후회가 없다”며 “최선을 다해 미련 없이 다 쏟아부었다. 그 부분에서는 스스로에게 충분히 성실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회 전부터 차준환을 향한 관심은 뜨거웠다. 보그 홍콩은 그를 ‘잘생긴 남자 선수’ 1위로 꼽으며 “빙판에 서는 순간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한다”고 표현했다. 일본 언론도 “아이돌이라 해도 위화감이 없다”고 극찬했다.

그러나 이날 밀라노에서 세계가 본 것은 외모만이 아니었다. 넘어지고도 끝까지 무너지지 않는 태도, 한 동작 한 동작에 담긴 집중력, 마지막까지 예술을 포기하지 않은 연기까지. 메달 색은 없었지만, 그가 남긴 장면은 오래 남는다.

순위표에는 4위가 적혔다.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대신, 누구보다 빛나는 이름을 또 하나 새겼다. 빙판 위에서 끝까지 아름다웠던 선수 차준환이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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