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난에서 이마바리로…이민석이 겪고 있는 ‘성장통’
“페이스 조절, 말처럼 쉽지 않네요” 이민석의 냉정한 자기반성
2군 캠프에는 ‘베테랑 지주’들이 있다…위기를 기회로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롯데 오른손 강속구 투수 이민석(23)이 1군 캠프를 떠나 2군 캠프로 이동한다. 한창 실전 감각을 끌어올려야 할 시기에 전해진 소식이라 ‘충격 좌천’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현장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지금의 ‘쉼표’가 오히려 정규시즌을 향한 더 완벽한 ‘느낌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11일, 일본 에히메현 이마바리시에서 진행되는 2군(퓨처스) 스프링캠프 명단을 발표했다. 눈길을 끄는 이름은 단연 이민석이다. 대만 타이난 1군 캠프에서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던 그가 11일부터 내달 7일까지 진행되는 2군 캠프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이유가 있다. 1군 캠프서 컨디션 난조를 보인다. 특히 타이난 현장에서 만났던 이민석도 솔직하게 자신의 상태를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몸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아서 걱정이다. 다른 투수들은 이미 완벽하게 준비해 왔는데 나만 뒤처지는 기분이라 조바심이 난다”며 “공을 던질 때 밸런스가 오락가락하고 아직 대만의 기온이나 마운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롯데 1군 캠프는 이미 자체 청백전을 시작으로 대만 현지 팀과 평가전을 앞두고 있는 등 ‘실전 모드’에 돌입했다. 당장 무언가 보여줘야 하는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그런데 아직 빌드업 단계에 머물러 있는 이민석이다. 페이스를 억지로 끌어올리다가는 자칫 부상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김태형 감독이 그를 2군 캠프로 보낸 것은 선수를 보호하면서도 확실하게 몸을 만들 시간을 주기 위한 ‘배려’에 가깝다.

이민석은 자신의 페이스가 늦은 원인을 비시즌 일정에서 찾았다. “대표팀 일정을 마치고 한 달 가까이 공을 쉬었다. 12월부터 캐치볼을 시작하며 나름대로 단계별 조절을 하려 했는데, 생각만큼 밸런스가 잡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캠프 직전 일본에서 개인 훈련을 하며 공을 던졌을 때도 실내 훈련의 특성상 자신의 정확한 상태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고백이다.
그는 “작년에도 대만 캠프 초반에 고전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의 부진도 적응 과정이라 생각하려 한다. 캠프 초반에 너무 페이스를 끌어올린 선수들이 개막 직후 지치는 모습을 자주 봤다. 늦더라도 확실하게 내 페이스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지만, 마음이 급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2군 캠프행이 마냥 ‘충격’이 아닌 이유가 또 있다. 이번 이마바리 퓨처스 캠프에는 구승민과 김상수 등 롯데 투수진의 정신적 지주들이 포진해 있다. 풍부한 경험을 가진 베테랑 선배들과 함께 호흡하며 멘탈을 관리하고, 무너진 투구 메커니즘을 조언받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1군 캠프의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잠시 벗어나, 자기 투구 자세를 정밀하게 점검하고 체력을 보강할 수 있다는 점은 이민석에게 큰 소득이 될 수 있다. 페이스가 빠르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적인 시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슬로우 스타트’가 시즌 중반 이후 지치지 않는 동력이 될 수 있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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