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2000m 혼성계주서 美와 충돌
韓, 첫 금메달 노렸지만 결선 진출 실패
美 선수 SNS 초토화 “무릎 꿇고 빌어라” 폭발
김길리 “쇼트트랙 변수 많다, 이해한다”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온라인에는 도를 넘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정작 트랙 위에서 충돌 피해를 입은 김길리(22·성남시청)는 달랐다.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은 10일(이상 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에서 3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결승 진출 실패.
문제의 장면은 12번째 바퀴였다. 미국의 코린 스토다드(25)가 코너를 빠져나오다 중심을 잃고 넘어지면서 뒤따르던 김길리를 덮친 것이다.

김길리는 11일 오전 훈련을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나 당시 상황을 직접 설명했다. 그는 “앞선 팀과 간격이 벌어져 있어서 속도를 붙이며 추월 타이밍을 보고 있었다”며 “그 구간이 속도가 나는 구간이었다. 갑자기 코린 선수가 도는 동작이 보였는데, 이미 속도가 난 상태라 피하지 못했다. 절대 못 피할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혼성계주 충돌 사고 직후 일부 국내 팬들은 스토다드의 SNS를 찾아가 ‘한국에 무릎 꿇고 빌어라’, ‘혼자 넘어져 다쳐라’ 등 과격한 댓글을 남겼다. 비난이 거세지자, 스토다드는 결국 댓글창을 닫았다. 그리고 하루 뒤 그는 SNS에 공개 사과문을 올렸다.

스토다드는 “어제 경기력에 대해 팀 동료들에게 사과한다. 나로 인해 영향을 받았을 다른 선수들에게도 사과한다. 의도치 않은 일이었다”며 “나 역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었지만, 몸 상태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훈련을 통해 원인을 찾고 다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취재진을 통해 ‘공개 사과’ 소식을 들은 김길리의 반응은 달랐다. 그는 “쇼트트랙은 변수가 너무 많은 경기다.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한두 번 겪은 게 아니다. 이런 상황은 익숙하다”고 힘줘 말했다.

트랙 위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선수가 가장 담담했다. ‘운이 없었을 뿐’이라는 반응이다. 쇼트트랙은 ‘접촉 스포츠’다. 빙질, 속도, 코너 각도, 몸싸움. 모든 것이 변수다. 이번 충돌 역시 악의가 아닌, 경기의 흐름 속에서 발생한 사고였다는 얘기다.
결승 진출은 놓쳤다. 그러나 김길리의 품격은 더 크게 빛났다. 그의 시선은 이미 다음 무대로 향하고 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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