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홍명보호’가 유럽 2연전을 치르는 기간 불거진 논란거리 중 하나는 ‘선비 축구’다. 특히 코트디부아르전 참패 당시 도전적인 플레이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처절하게 짓밟히는 상황에도 90분간 단 반칙 8개에 불과했고 옐로카드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거친 반칙이 많아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적극적인 대응 없이 상대 기만 살려주는 축구를 지속한 건 분명히 짚고가야 할 문제다.

예스러운 ‘헝그리 정신’과 ‘투쟁심’은 엄연히 다르다. ‘이웃나라’ 일본과 격차가 벌어진 지점이기도 하다. 지난해 7월 국내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때도 현실이 드러났다. 당시 한국은 일본에 0-1로 졌는데 양국 모두 핵심 유럽파가 빠지고 자국 리그 선수 중심으로 치른 만큼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이 유심히 들여다볼 부분이 있었다. ‘선수 간 일대일 싸움에서 완패’였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선진적인 유스 시스템을 바탕으로 유망주에게 승부보다 성장에 중점을 둔 교육을 제공했다. 성인 레벨이 됐을 때 전술 이해도, 패스의 질 등 기본기가 한국 선수보다 낫다는 건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현재 홍명보 감독이 선수 시절로 뛸 때를 포함해 장기간 한국이 일본과 대결에서 우위를 보인 데엔 상대 장점을 제어할 피지컬과 스피드, 역사적 배경에서 비롯된 강한 승리욕이 어우러져서다.

하지만 양국 문화적 거리감이 좁혀지며 축구 스타일도 변했다. 한국은 ‘유럽처럼’, ‘일본처럼’을 내세우며 어릴 때부터 빌드업을 의식하고 예쁘게 공 차는 것에 익숙해졌다. 일본은 기존 빌드업 색채를 유지하면서 피지컬이 좋고 몸싸움을 즐기는 유형의 선수가 늘어났다. 한국은 트렌드를 따르지만 고유의 장점을 잃었다. 일본은 장점을 극대화하며 단점을 빠르게 보완했다.

자연스럽게 한국은 조금이라도 강한 상대를 만나 빌드업이 원활하지 않으면 일종의 ‘멘붕’에 빠지는 현상이 지속한다. 코트디부아르전에서도 경기력은 물론 힘과 피지컬에서 밀리자 전진하지 못했다.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투쟁심은 경기에 대한 강한 몰입도를 바탕으로 주요 상황을 극복하고 이기려는 마음가짐이다. 이런 자세는 안타깝게도 코트디부아르전에서 김민재, 이강인처럼 빅리그에서 생존 경쟁하는 일부 선수에게만 느껴졌다. 대체로 주눅이 들었다. 세계적 강호와 겨루는 월드컵 본선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이유로도 볼 수 있다.

그래서 더 중요해진 게 코치진의 ‘디테일’이다. 단기간 선수의 정신과 육체를 개조할 순 없다. 투쟁심과 직결하는 건 지도자의 부분 전술, 세부적인 지시다. 90분 내내 선수가 책임감을 품고 역할을 인지하며 뛸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경기 상황에 따라 선수 개인별 동선이나 역할이 바뀔 수 있는데, 이런 부분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단기간 소집해 경기하는 대표팀에서는 더욱더 필요한 요소다. 물론 국가대표 레벨의 선수는 스스로 제어할 요소가 있지만, 현대 축구는 작은 차이가 승부를 가른다. 선비 축구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이 부분을 탑재해야 한다. 축구팀장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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