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첫 메달 김상겸, 포디움에 맨발로 오를 뻔?

현장에 있던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운동화 건네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시상식 땐 아무도 몰랐다. 은메달 뒤에 숨은 운동화 한 켤레가 있었다. 대한민국 선수단 1호 메달, 그리고 동·하계를 통틀어 통산 400번째 올림픽 메달의 주인공 김상겸(37·하이원) 얘기다.

김상겸은 시상식 직전, 뜻밖의 위기가 찾아왔다. 포디움에 신고 올라갈 운동화가 없었던 것. 그때 ‘맏형’이 나섰다. 바로 유승민(44) 대한체육회장이다. 현장에 있던 유 회장이 급히 자신의 운동화를 벗어 김상겸에게 건넸다는 후문이다.

하마터면 포디움에 ‘맨발로 오를 뻔’했다. 덕분에 김상겸은 무사히 포디움에 올라 은빛 순간을 완성할 수 있었다. 운동화 한 켤레에 담긴, 리비뇨의 드라마였다.

김상겸은 지난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결승에서 벤자민 카를(오스트리아)에 0.19초 차로 아쉽게 패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애초 스포트라이트는 ‘배추보이’ 이상호(31)에게 쏠렸다. 2018 평창 은메달리스트이자 월드컵 우승으로 기대를 모았던 주인공. 그러나 이상호가 16강에서 탈락한 뒤, 김상겸이 조용히 레이스를 이어갔다. 8강에서 이번 시즌 월드컵 랭킹 1위 롤란드 피슈날러(이탈리아)를 꺾는 대이변. 그리고 끝내 결승까지 질주했다. 37세 베테랑의 ‘3전4기’였다.

김상겸은 네 번째 올림픽 도전 만에 메달을 손에 넣었다. 2014 소치, 2018 평창, 2022 베이징.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실업팀이 없어 대학 졸업 후 막노동 아르바이트를 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간 시간도 있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스노보드는 내 인생”이라며 버텼고, 결국 해냈다.

시상식을 앞두고 작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설상 종목 특성상 경기용 부츠는 포디움용과 다르다. 갈아 신을 운동화가 필요했다. 그런데 준비를 못한 상황. 당황한 순간, 유 회장이 자신의 운동화를 벗어 건넨 것이다.

했지만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 당황한 순간, 유승민 회장이 자신의 운동화를 벗어 건넸다. 현장 관계자는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웃음 속에 정리됐다”고 전했다. 운동화 한 켤레 덕분에 은메달의 순간이 더 따뜻해진 셈이다.

결승 상대 벤자민 카를은 40세, 8강에서 만난 피슈날러는 45세다. 평행대회전은 경험과 노련미가 중요한 종목. 37세 김상겸의 질주는 아직 끝이 아닐지도 모른다. km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