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스위스프랑 들고 기다렸지만
심판의 선택은 바뀌지 않았다
김민정 코치 “어드밴스 받아도 충분한 상황”
바뀌지 않은 판정…남은 경기에 집중해야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왜 어드밴스는 주어지지 않았을까.”
첫 메달을 노렸던 레이스가 한순간에 멈췄다. ‘심판이 왜 어드밴스를 주지 않았나’라는 궁금증이 남는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 2조에서 3위(2분46초554)로 결승선을 통과,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결과보다 더 아픈 건, 탈락의 이유다. ‘죽음의 조’라 불린 캐나다, 미국, 벨기에와 싸움에서 한국은 차분하게 레이스를 펼쳤다. 김길리(22·성남시청)가 스피드를 끌어올리며 선두 캐나다를 추격하던 순간, 변수가 터졌다.
미국 선수가 넘어지며 펜스 쪽으로 미끄러졌다. 김길리 진로를 막았다. 그대로 충돌하며 두 선수가 엉켰다. 김길리는 곧바로 일어나 터치를 이어갔고, 한국은 레이스를 완주했다. 그러나 흐름은 끊겼다.

경기 직후 항의했으나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상 어드밴스를 받으려면 충돌 당시 결승행이 가능한 1,2위 포지션에 있어야 한다. 여자 대표팀 김민정 코치는 “김길리가 미국 선수와 동일 선상을 만들었다고 봤다”며 “동일 선상이라면 2위 어드밴스 포지션이다. 충분히 어드밴스를 줄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쇼트트랙에서 판정 항의를 하려면 사유서와 100스위스프랑(한화 약 19만원)을 즉시 제출해야 한다. 김 코치는 남자 대표팀 김병준 코치와 항의 절차를 준비했고, 재판정을 기다렸다. 심판진은 “2위가 아니라 세 번째 포지션에 있었다”고 했다.
김 코치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내가 보기엔 분명히 (김길리가) 앞쪽에 있었고, 동일 선상을 만들었다. 그래서 ‘어드밴스 사유가 있지 않느냐’고 했지만 심판은 처음 판정이 맞다고 했다”고 밝혔다.

결국 항의서가 접수되지도, 비용이 수납되지도 않았다. 판정 유지. 김 코치는 “오심이라고 하긴 애매하다. 어드밴스를 줘도, 안 줘도 이상하지 않다”며 “결국 심판 재량이다. 억울하기보다 운이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체념했다.
중요한 건, 김길리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이다. 실제 현장에 있던 선수도 어드밴스를 확신했다. 김 코치는 “동일 선상을 만들었으면 피해를 본 상황이다. 선수도 무조건 어드밴스라 생각했다”며 “황대헌은 ‘바퀴 수만 맞춰서 터치하면 우리가 어드밴스로 올라간다고 확신했다’고 하더라. 선수의 확신이 중요한 부분인데, 많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미 끝난 경기”라며 “남은 경기에 집중해서 우리 선수들이 더 좋은 레이스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혼성계주는 한국이 가장 공을 들인 종목이다. 그러나 올림픽은 늘 예측 불가능하다. 준비와 실력만으로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존재한다. ‘불운’하게 첫 메달의 꿈은 멈췄으나, 한국 쇼트트랙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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