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 기록이 아닌 판정을 만든다

밀라노 동계올림픽 오메가 타임키핑 현장을 가다

포토피니시·AI·센서…금메달을 가르는 보이지 않는 기술

조브리스트 CEO “어떻게 이겼는지를 보여주는 시대”

[스포츠서울 | 밀라노=김민규 기자] 스케이트 날 끝이 결승선을 스치는 찰나, 승부는 이미 갈린다. 특히 쇼트트랙의 시간은 0.001초까지 쪼개진다. 결승선에서 스케이트 날 하나, 픽셀 하나로 순위가 바뀌는 종목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에서 이 극한의 승부를 떠받치는 기술의 중심에 오메가가 있다.

“1932년 LA 올림픽, 오메가는 스톱워치 30개로 시작했습니다.” 밀라노 현장에서 만난 알랭 조브리스트 오메가 타이밍 최고경영자(CEO)의 첫마디다. 스위스에서 건너온 워치메이커가 처음으로 올림픽 공식 타임키핑을 맡은 그 순간부터, 오메가는 90년 넘게 올림픽과 시간을 함께해왔다.

그리고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오메가의 32번째 올림픽이다. 지금의 올림픽 타임키핑은 더 이상 ‘초를 재는 일’이 아니다. 고속 카메라, 다양한 센서, 컴퓨터 비전, 인공지능(AI)까지 결합한 거대한 기술 인프라다.

오메가는 이번 대회를 위해 약 3년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조직위원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함께 경기장 설계 단계부터 타임키핑 인프라를 동시에 구축했다. 개막 1년 전 테스트 이벤트, 개막 10일 전 모든 장비 현장 반입과 점검까지. 현재 약 300명의 타임키퍼, 130여 개 장비 세트가 대회를 지탱하고 있다.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는 대한민국 ‘金밭’ 종목으로 불리는 쇼트트랙과 피켜스케이팅이 함께 열리는 복합 경기장이다. 이곳엔 종목별로 완전히 다른 두 개의 타임키핑 시스템이 설치돼 있다.

쇼트트랙의 핵심은 단연 포토피니시 시스템이다. 결승선 판정 기준은 선수의 몸이 아닌 스케이트 날(블레이드)의 가장 앞부분.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을 픽셀 단위까지 확대해 순위와 기록을 가린다. 양쪽에서 촬영하는 2대의 카메라가 선수 간 가림 현상까지 보완한다. 기술은 판정을 돕고, 최종 판단은 심판이 내린다.

여기에 트랜스폰더와 선수 센서가 더해진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도입된 이 기술은 이제 단순 위치 확인을 넘어 고도화된 센서 시스템으로 진화했다. 종목에 따라 세팅도 다르다. 알파인 스키에선 초당 2000개 데이터가 수집되기도 한다.

오메가의 역할은 기록을 찍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출발, 중간 기록, 최종 결과는 물론 선수들의 움직임과 퍼포먼스 데이터까지 모두 수집한다. 컴퓨터 비전과 AI를 통해 동작을 분석하고, 이 모든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달된다.

조브리스트 CEO는 “TV 중계 화면의 그래픽, 경기장 전광판, 모바일 앱, 웹사이트 기록 정보까지 모두 오메가 데이터 기반”이라며 “해설자들에겐 실시간 스토리텔링을 위한 전용 화면도 제공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누가 이겼는지보다 어떻게 이겼는지를 보여주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같은 경기장에서 열리는 피겨스케이팅엔 또 다른 기술이 가동된다. 링크 상단에 설치된 14대의 AI 카메라가 선수의 동작을 추적한다. 점프 높이와 거리, 회전 속도까지 실시간으로 분석된다. 쇼트트랙과 다른 방식이지만, 목적은 같다. 경기의 순간을 이해하는 것이다.

밀라노에서 오메가가 보여주려는 건 ‘정확한 시간’이 아니다. 누가·어디서·어떻게 이겼는지, 올림픽의 결정적 순간을 기술로 해석하는 새로운 기준이다.

한국 쇼트트랙의 금빛 질주 역시 이 정밀한 시간 위에서 완성된다. 0.001초에 갈리는 승부. 그 찰나를 지배하는 기술이, 지금 밀라노에서 조용히 돌아가고 있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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