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석재기자] “장애인 e스포츠는 더 이상 ‘특별한 누군가의 취미’가 아닙니다. 디지털 시대에 누구나 누려야 할 하나의 권리입니다.”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과 정책 세미나 직후 만난 이계진 대한장애인e스포츠연맹 신임 회장의 말은 담담했지만 분명했다. 그는 장애인 e스포츠를 ‘가능성’이나 ‘미래 산업’ 이전에, 지금 당장 보장돼야 할 영역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장애가 가장 덜 작동하는 스포츠가 e스포츠입니다”
이 회장은 e스포츠가 가진 본질적 특성부터 짚었다.
“신체 조건에 따른 차별이 가장 적은 종목이 e스포츠입니다. 시각·청각·지체 장애 등 유형은 다르지만, 기술과 환경만 갖춰지면 누구나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e스포츠는 장애인에게 가장 공정한 스포츠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여전히 제도 밖에 머물러 있다.
“선수는 있는데 체계가 없고, 열정은 있는데 지속성이 없습니다. 그래서 연맹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개인의 노력에만 기대는 구조를 끝내야 합니다.”
“대한체육회 가맹, 상징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
이계진 회장이 임기 내 반드시 이루겠다고 강조한 과제는 대한체육회 정식 가맹이다. 그는 이를 ‘명예’가 아닌 ‘조건’이라고 표현했다.
“가맹은 상징적인 목표가 아닙니다. 선수 보호, 예산 구조, 지도자·심판 양성, 국제 교류까지 모든 시스템의 출발점입니다. 제도 안으로 들어와야 선수의 미래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어 “장애인 e스포츠가 계속 주변부에 머문다면, 결국 선수 개인의 소진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용훈련센터는 경기장이자 사회로 나가는 문”
이번 세미나에서 가장 큰 공감을 얻은 과제는 ‘장애인 e스포츠 전용훈련센터’ 조성이다.
이 회장은 이를 단순한 훈련 공간이 아닌 사회적 플랫폼으로 정의했다.
“훈련센터는 경기력 향상만을 위한 곳이 아닙니다. 또래와 교류하고, 협업하고,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장애인 선수들이 사회와 연결되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장애 유형별 맞춤 장비와 접근성 설계는 필수 조건으로 꼽았다.
“환경이 바뀌면 실력도 달라집니다. 그 차이를 ‘재능’으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공정한 심판 없이는 스포츠도 없습니다”
이 회장은 ‘전문 심판 양성’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장애인 e스포츠에서 공정성은 더 중요합니다. 장애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판정은 경기 자체를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그는 국제 기준에 맞는 심판 교육 체계와 인증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선수만 키워서는 안 됩니다. 종목 전체의 신뢰를 함께 키워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 시작선에 서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취임을 ‘출발선’에 비유했다.
“연맹의 목표는 거창하지 않습니다. 장애가 이유가 되어 기회에서 배제되지 않는 것, 그 당연한 원칙을 현실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계진 회장은 “장애인 e스포츠가 제도권 안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다음 세대에게 남기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장벽 없는 디지털 영토는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하나씩, 실제로 바꿔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제 그 일을 시작하려 합니다.”
wawakim@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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