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백승관 기자] 비만 치료제가 ‘체중 감량’의 틀을 넘어 만성질환 치료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심혈관 질환, 알츠하이머, 각종 대사 질환으로 적응증을 빠르게 확장하며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의 판을 바꾸고 있어서다.

최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는 GLP-1 계열 치료제를 단순한 다이어트 약이 아닌 ‘질병 조절 플랫폼’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식욕 억제와 혈당 조절에 그치지 않고 염증 감소, 심혈관 위험 인자 개선, 인슐린 저항성 완화 등 다면적 효과가 임상 데이터를 통해 확인되면서 적용 범위가 급격히 넓어지고 있다.

일부 GLP-1 치료제는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에서 심근경색과 뇌졸중 발생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춘 임상 결과를 확보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비만과 심혈관 질환을 동시에 관리하는 ‘원 드럭 멀티 베네핏(One drug, multi-benefit)’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비만을 만성 염증성 질환의 출발점으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질환 영역에서도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연구에서는 GLP-1 계열 약물이 뇌 에너지 대사 개선과 신경 염증 억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아직은 탐색적 단계지만,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 예방·지연 치료제로의 확장 가능성에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사 질환 전반으로의 확장도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제2형 당뇨병은 물론 지방간 질환, 이상지질혈증, 대사증후군까지 치료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GLP-1 계열 치료제는 ‘비만 치료제’라는 명칭 자체가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글로벌 제약사들은 차세대 복합 기전 신약과 주사제·경구제 다변화를 통해 장기 투여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시장 규모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다. 비만 인구 증가와 만성질환 관리 패러다임 변화가 맞물리며 GLP-1 계열 치료제는 향후 수년간 헬스케어 산업 최대 성장 동력 중 하나로 꼽힌다. 보험 적용 확대 여부와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향후 관건이지만, ‘살 빼는 약’에서 ‘질병 관리 솔루션’으로의 진화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평가다.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GLP-1 치료제는 비만을 넘어 심혈관·뇌·대사 질환을 연결하는 새로운 치료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적응증 확장은 곧 시장 확대로 직결되는 만큼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변화가 국민 건강 관리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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