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공 던지고, 태블릿 보고
실시간 데이터 피드백, 이병규 코치와 머리 맞댄 타자들
ML급 시스템 정착, 롯데의 봄은 ‘데이터’로 피어난다
‘어뢰 배트’ 도입까지

[스포츠서울 | 타이난=박연준 기자] 대만 타이난에 위치한 롯데의 스프링캠프지는 마치 거대한 실험실을 방불케 한다. 타격 케이지 뒤편에서는 거대한 공(메디신 볼)이 허공을 가르고, 타석에서 갓 빠져나온 선수는 코치와 함께 태블릿 PC 화면을 뚫어지게 응시한다.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기 위해 롯데가 선택한 것은 ‘감’이 아닌 ‘과학’적 접근이다.
롯데 선수단은 타이난 야구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특히 세분된 훈련 방식이 눈에 띄었다. 타석 바로 앞에는 첨단 분석 장비가 설치되어 선수들의 스윙 하나하나를 실시간으로 기록한다. 타격을 마친 선수가 케이지를 나오면, 이병규 타격코치가 태블릿 PC 앞에서 기다린다. 방금 친 타구의 발사각과 스피드, 손목의 움직임 등을 세부적으로 공유하며 즉각적인 교정에 나서는 모습이다.

데이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한 선수는 다시 타석에 들어가 방금 배운 내용을 몸으로 구현해내며 평가받는다. 현장에서 만난 롯데 관계자는 “과학적으로 접근해 선수들이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려는 조치다. 태블릿을 통해 확인하는 데이터는 선수들이 더 나은 정답을 찾기 위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타격 훈련 뒤편에선 메디신 볼 훈련이 이어진다. 메디신 볼 훈련은 일반적인 근력 운동과 근육의 쓰임새부터가 다르다. 롯데 관계자도 “야구에 최적화된 근육을 자극하기 위해 도입했다”고 밝혔다. 폭발적인 회전력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코어 근육을 단련시켜 실제 타격 퍼포먼스로 연결하는 정교한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또 이번 캠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비 중 하나는 ‘어뢰 배트’다. 무게중심 설계를 일반 배트와 달리해 스윙 스피드 향상과 메카닉 안정화에 초점을 둔 특수 장비다. 롯데는 이 배트를 무작정 도입하는 대신, 블라스트모션(배트 센서)과 랩소도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해 철저히 수치화하고 있다.
측정 결과는 선수별 타격 유형에 따라 자료화된다. 어뢰 배트는 인치 단위로 제작되어 선수의 체형과 스윙 특성에 따라 길이와 무게중심 세팅이 다르게 적용된다. 같은 무게라도 스윙 감각과 타이밍이 미세하게 다르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롯데는 “무조건 쓰라는 강요는 아니다. 선수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데이터와 피드백을 종합해 개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장비를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러한 선진 야구 시스템의 도입은 현장 코치진과 전력분석팀, 운영팀의 치열한 소통 끝에 탄생했다. 구단 전체의 역량을 결합해 도출해낸 ‘최상의 훈련 스케줄’이라는 자부심이 엿보인다.

얼핏 보면 메이저리그(ML) 구단의 캠프를 옮겨놓은 듯한 착각마저 든다. 야구는 변수가 많고 현장의 감각이 중요한 종목이라지만, 그 감각을 뒷받침하는 것은 결국 객관적인 데이터와 과학적인 근거다. 롯데는 선진 야구의 방식을 그대로 흡수하며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땀을 많이 흘린다고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학적 측정과 분석을 기반으로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었다.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이 첨단 장비의 데이터와 만나 어떤 시너지를 낼 것인가. 2026시즌 롯데의 반등 여부는 이곳 타이난에서 축적되는 수치들이 증명해줄 전망이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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