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야구선수 딸을 키우는 아버지 스토리
여전히 낡은 시선, 상처 속 딸 지킨 ‘히어로’
“우리 딸이 안 다치고 야구하길”
부모의 사랑이 선수를 키웠다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얌전하게 키우지, 네 딸은 왜 야구하니?”
야구선수 딸을 둔 부모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딸이 야구를 한다는 이유 하나로, 응원보다 상처가 앞섰다. 21세기에도 시선은 여전히 따갑기만 하다.
지금은 당당한 여자야구 선수로 서 있지만, 그 길의 시작은 평탄치 않았다. 선수만 버틴 게 아니다. 부모도 함께 버텼다. 딸의 등을 밀어주기 위해, 때로는 세상의 시선을 대신 맞아야 했다.
미국 여자프로야구리그에 진출한 박민서의 아버지 박철희 씨는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솔직히 반대했다. 길이 너무 험했고, 시선이 너무 거칠었다. 그래서 야구를 못 하게 하려고 글러브를 버린 적도 있다. 그때 민서가 크게 화를 냈다. ‘야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말에 마음이 무너졌다. 그때 야구는 시키되, 밖에서 오는 시선은 내가 막아주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올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여자야구 우수선수상을 받은 손가은의 아버지 손황영 씨도 같은 시간을 견뎠다. 그는 “아들이 야구를 해도 힘든 길이다. 그런데 딸이 야구를 한다고 하니 주변 반응이 더 거셌다. 말은 안 해도 표정으로 느껴졌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돌아봤다.
아이러니하게도, 딸들의 도전은 부모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졌다. 아버지들은 “우리 세대는 무조건 공부하라는 시대였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부러웠다. 딸이라고 야구를 못 하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시 태어나면 나도 꼭 하고 싶은 걸 해보고 싶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걱정은 여전히 남아 있다. 야구는 부상 위험이 큰 종목이다. 그래서 부모의 바람은 단 ‘하나’다. 손황영 씨는 “안 다치는 게 제일이다. 즐겁게 야구했으면 좋겠다. 그게 전부”라고 말했다.

박철희 씨는 딸의 꿈을 더 크게 본다. “(박)민서는 미국에서 야구뿐 아니라 골프에도 도전한다. 여성 최초로 두 종목 프로 타이틀을 따는 게 목표라고 하더라. 그 꿈을 응원한다. 어디서든 기죽지 않고, 건강하게 야구했으면 한다”고 바랬다.
여자야구선수의 도전 뒤에는 부모의 보이지 않는 응원이 있었다. 울음을 삼키고, 상처를 감추고, 끝까지 등을 밀어준 버팀목 역할을 했다. 물론 선수가 버텼기에 현재가 있지만, 부모도 함께 버텼기에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duswns06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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