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지옥이 있다면 여기구나 싶었어요.”
11일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2006년 발생한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교통 참사, ‘서해대교 29중 연쇄 추돌사고’를 재조명했다. 이날 방송에는 아일릿(ILLIT) 윤아, 배우 윤현민, 이서환이 이야기 친구로 출연해 그날의 참혹했던 진실과 마주했다.
사고는 2006년 10월 3일 개천절, 짙은 안개 속에서 시작됐다.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25톤 트럭이 앞차를 들이받았고, 이는 곧 29중 연쇄 추돌이라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특히 신차 5대를 실은 대형 탁송 트레일러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으며 상황은 아수라장이 됐다. 현장에 있던 피해자 조 씨는 대피하려던 순간 트레일러 바퀴에 다리가 끼는 중상을 입었고, 뒤이어 달려온 고속버스와 탱크로리가 뒤엉키며 폭발 위험까지 감지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졌다. 아일릿 윤아는 “나라면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서 기절했을 것 같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방송이 시청자들의 공분을 산 지점은 사고 직후의 상황이었다. 화물 트럭 엔진에서 시작된 불이 버스로 옮겨붙자, 시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이불과 담요를 가져와 사람들을 구조하는 영웅적인 면모를 보였다.
그러나 생사를 오가는 골든타임, 구조대의 발목을 잡은 건 다름 아닌 ‘이기심’이었다. 119구조대가 출동했지만 갓길을 점령한 얌체 차량들과 사고를 구경하려는 차량들로 인해 진입이 불가능했던 것. 결국 소방대원들은 60kg이 넘는 장비를 짊어지고 2km가 넘는 거리를 뛰어와야 했다. 당시 출동했던 소방대원은 “도착했을 땐 이미 늦었다. 차 안에는 백골화된 시신들이 있었다”며 오열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구조 지연은 뼈아픈 결과를 낳았다. 버스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14살 민구 군은 구급차 안에서만 50분을 허비했고, 결국 병원 도착 직전 숨을 거뒀다. 이 사고로 총 12명이 사망하고 5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법원은 안개를 ‘예측할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 보아 도로공사 측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9년 뒤인 2015년, 영종대교에서 106중 추돌사고가 발생하며 비극은 되풀이됐다.
피해자 조 씨는 사고로 다리와 남편을 잃은 지 1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날의 고통 속에 살고 있었다. 장현성, 장성규, 장도연 등 3MC는 “이 사고는 양심을 버린 개인과 국가 안전 시스템의 부재가 만든 명백한 인재”라고 입을 모았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은 “갓길 막은 차들 때문에 아이가 죽었다는 게 너무 화가 난다”, “안개등 하나 없는 다리가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이야기를 가진 코멘터리 쇼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매주 목요일 밤 10시 20분에 방송된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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