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배우 겸 감독 하정우의 코미디 세계로 뛰어든 공효진이 낯선 장르에 과감히 도전했다. 예민할 수 있는 부부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영화 ‘윗집 사람들’로 13년 만에 ‘믿고 보는 호흡’의 재회를 보여줬다.
공효진은 하정우의 네 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에서 아랫집 부부의 아내 정아 역을 맡았다.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의 층간소음에 시달리던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가 하룻밤 식사를 함께하며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담았다. 원작은 스페인 영화 ‘센티멘털’이다.
작품은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부부 간 성(性) 생활에 대한 대화를 하정우 특유의 코미디 톤으로 녹여냈다. 관객이 느낄 수 있는 부담감은 말맛이 살아 있는 대사로 자연스레 풀어지며 유쾌함으로 전환된다.
다만 여성 배우 입장에서 이 같은 장르에 선뜻 뛰어드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을 터. “하정우 감독의 무엇을 믿고 출연을 결심했냐”는 질문에 공효진은 “뭘 믿었을까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공효진은 “어디로 가든 결국 목적지로 데려가 줄 거라 생각했다. ‘가다 말겠지’라는 의미는 아니었다”며 “각색 전에는 하정우 감독의 색이 거의 드러나지 않아 결정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원작을 보고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제가 느낀 것과 일맥상통했고, 각색을 잘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공효진의 시선도 더해졌다. 남성 감독이 놓치기 쉬운 디테일을 공효진과 이하늬가 짚어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장면이 침실신이다. 외부인 김선생은 뻔뻔하게 아랫집 부부의 침실에 들어오고, 정아는 외간남자와 단둘이 있는 상황에 불편함을 느낀다. 이때 김선생은 정아를 향해 “앉아봐도 돼요?”라고 묻는다.
공효진은 “잔소리를 많이 했다”며 “감독님은 남성이시고, 이 영화의 화자에 가까운 사람은 정아이기 때문에 여성의 심리적인 부분을 계속 이야기하려고 했다. 원래는 김선생이 들어오는 순간 방문이 닫혀 있었는데, 여성의 시선에서는 열려 있어야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하정우 감독의 코미디와 배우들의 디테일이 더해져 ‘윗집 사람들’이 완성됐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 당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공효진은 “쉴 새 없이 웃음이 터져 신기했다. 사실 저희는 코미디 영화인지도 모르고 찍었다”며 “너무 웃음이 터지길래 ‘아, 하정우 오빠 팬들이 많이 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공효진은 “지금은 하정우 개그에 조금 물렸다”고 농담했다. 이어 “하정우는 사담을 나눠봐야 진짜 웃기다. 사석에서 1시간은 공을 들여야 빵빵 터진다”며 “처음엔 ‘풍수가 지리네요, 그래서 풍수지리’ 같은 대사가 왜 웃긴지 몰랐는데, 하정우식 코미디와 만나니까 재밌어졌다”고 덧붙였다.

오랜 인연이 이어진 만큼 두 사람의 믿고 보는 호흡은 이미 입증됐다. 두 사람은 ‘러브픽션’(2012) 이후 13년 만에 재회했다. 그 사이 공효진에게도 큰 변화가 있었다. 팬데믹을 겪으며 예기치 않은 휴식기를 가졌고, 결혼과 함께 가정도 꾸렸다. 이는 ‘배우 공효진’과 ‘인간 공효진’ 모두에게 큰 터닝포인트가 됐다.
공효진은 “일을 쉬는 동안 너무 즐거웠다.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던 사이클을 벗어나니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며 “연애도 했고, 다시 작품에 들어가니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삶은 고군분투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모든 걸 받아들일 준비가 됐다”고 전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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