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배우 하정우가 네 번째 연출작으로 돌아왔다. 앞서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 ‘로비’(2025)에 이어 영화 ‘윗집 사람들’을 선보인다. 앞선 작품들의 흥행부진을 교훈으로 삼아 갈고 닦은 ‘하정우 표 코미디’로 돌아왔다.
올해 4월 ‘로비’ 이후 8개월 만에 돌아오게 된 하정우는 “개봉 시점은 투자배급사가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전작의 흥행 부진과 관련해선 “이번이 네 번째 작품이니 발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깨지는 경험을 통해 조금이라도 성장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 아닐까”라고 말했다.
하정우의 네 번째 연출작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의 층간소음에 시달리던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가 하룻밤 식사를 함께하며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담았다. 원작은 스페인 영화 ‘센티멘털’이다.

청불 코미디 장르를 표방한 ‘윗집 사람들’은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식탁 위에 과감하게 올려놓는다. 여기에 하정우 특유의 말맛 나는 코미디가 더해지면서 불편함을 유머로 풀어내는 ‘메인 요리’가 된다. 국내 정서상 성(性) 코미디는 아직 낯선 영역이지만, 하정우는 원작이 전하는 관계의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가져왔다.
“원작을 보니 굉장히 찡했고 여운이 많이 남았어요. 담백하게 흐르는 원작에 제가 가진 ‘어떤 요소’를 더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국내 관객에게는 여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위기다. 개봉을 앞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하정우는 “많은 분이 ‘섹스코미디’라고 생각하고 오시겠지만, 그 안에 숨겨진 저만의 비장의 카드는 ‘관계 회복’에 대한 드라마를 눈여겨 봐달라”고 작품의 숨은 관람 포인트를 강조했다.

무엇보다 장르적 장벽을 허무는 것은 하정우표 코미디의 힘이다. 특유의 말장난이 이야기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설득력을 더한다. 하정우는 “늘 제 유머를 점검한다. 전작에서 공감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매번 리딩을 많이 한다. 일주일에 다섯 번씩, 아침 8시부터 배우들과 리딩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업에는 특별한 도움도 있었다. 대세 코미디언 곽범, 이창호, 엄지윤이 참여해 대사를 검수하고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하정우는 “코미디언들에게 대본을 읽고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말해달라고 했고, 스태프들에게도 자주 쓰는 대사를 모아 달라고 했다. 덕분에 허투루 지나가는 대사가 없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하정우가 정의한 자신만의 코미디 키워드는 ‘짓궂음’이다. “예상치 못한 답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뜬금없는 개그가 재미있는데, 이번엔 그 자리에서 바로 웃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모든 이의 개그 코드가 다름을 인정하며, ‘모두에게 터지는 개그’를 찾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웃음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하정우는 “그동안 욕심이 과했다는 걸 느꼈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내가 생각한 코미디가 가장 웃기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마음을 열고 세상을 바라보며 코미디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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